한국에 오는 오르세미술관의 걸작들 |
21일부터 9월2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국내 대형 전시공간에서 서양미술 대가들의 작품을 모은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요즘은 해마다 열린다.
그렇지만 떠들썩한 전시 홍보와는 달리 실제 전시장에 걸리는 작품이란 대체로 대가의 명성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역시 서양화가의 걸작을 보려면 유럽 현지 미술관을 찾아야한다고 아쉬워하던 사람들이라면 올 봄에는 좀 다른 생각을 갖게 될 듯 하다.
2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오르세미술관 소장품 전 '만종과 거장들의 영혼' 전은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미술애호가들의 갈증을 한순간에 해소케 할 수 있는 전시라 할 수 있다.
한국 최초는 물론 미술관 밖 나들이 자체가 흔치 않은 밀레의 '만종', 오르세미술관이 미술관 공식도록 표지로 사용하는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의 원작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또 반 고흐의 '아를의 고흐의 방',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화가의 자화상', '타히티의 여인들, 해변에서', 폴 시냐크의 '우물가의 여인들', 앙리 루소의 'M부인의 초상', 드가의 '오페라좌의 관현악단', 모로의 '오르페우스' 등 인상파 그림 44점이 소개된다.
장 뤽 말렝 주한프랑스문화원장은 "전시작품 중 '만종'은 지구상에서 '모나리자'와 함께 가장 유명한 작품이며, '피리부는 소년'은 모더니즘 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그야말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보급 작품"이라고 말했다.
9월2일까지 계속되며 입장료는 성인 1만2천원, 청소년 9천원, 어린이 7천원. ☎02-322-0071.
◇역대 최대규모 블록버스터 전시 = 전시기획사인 지엔씨미디어 홍성일 대표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이번 전시 작품 전체의 보험평가액은 약 8천억원으로 국내 전시사상 최고다. 이 가운데 밀레의 '만종' 한 점만 해도 평가액은 1천억원 이상이다.
작품수가 44점으로 많지는 않지만 원작 유화들로만 구성돼 드로잉이나 판화 등을 끼워넣어 작품 가짓수만 늘린 종래 전시와는 다르다.
기획사가 이번 전시를 진행하기 위해 쓸 예산은 35억-40억원 정도. 2000년에 덕수궁미술관에서 오르세미술관전을 열었던 지엔씨미디어는 2000년의 40만명보다는 훨씬 많은 관객이 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는 오르세미술관의 걸작들 |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루브르박물관전을 끝낸 기획사측은 이번 전시는 2009년 퐁피두센터 소장품전, 그 다음의 베르사유 미술관전 등과 함께 체계적으로 기획된 프랑스 미술관 소개전이라고 말했다.
전시와 함께 19세기 인상파작가들의 작업 현장을 초기 사진기법으로 찍은 오리지널 빈티지 사진 30여 점도 빛을 사랑했던 인상파 화가들과 사진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설명해준다.
◇어떤 작품 오나 = 44점 모두가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그저그런 블록버스터 전시의 간판 작품들보다 나은 명작들이다.
8일 일본에서 막을 내린 오르세미술관전에 출품된 22점이 포함됐지만 이번 전시 간판격인 '만종'과 '피리부는 소년'은 일본에서는 소개되지 않았고 파리에서 한국으로 곧바로 오게 된다.
▲만종 = 장 프랑수아 밀레. 1859-1859년. 55.5×66㎝. 해질녘 들판에서 기도하는 농부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제작 당시로는 꽤 비싼 1천 프랑에 미국으로 팔려나갔다가 1890년 프랑스인 한 명이 원래 그림값의 800배인 80만 프랑을 주고 되샀다가 1906년 루브르에 기증했다. 1986년 오르세미술관 개관과 함께 이전했다.
당시는 산업화 시절이었지만 밀레는 농촌의 모습을 담았다. 부부가 추수의 기쁨을 신께 감사하는 종교화라고 일반적으로 해석되지만 부부 앞 바구니에는 죽은 아이가 담겼다는 등의 여러 해석을 낳았다.
살바도르 달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이 그림을 다양하게 해석한 작품을 내놨고, 반 고흐도 밀레를 절대적으로 추앙하면서 모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의 박수근도 12세에 이 그림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피리부는 소년 = 에두아르 마네. 1866년. 161×97㎝. 인상파 탄생의 대부격인 마네의 대표작이다. 오르세는 이 작품을 특별 대우해 여러 도록의 표지로 사용하고 한쪽 벽면 전체를 이 작품을 위해 할애한다.
빨간 바지와 검은 상의를 입은 왕실 근위군 소년이 한 발을 앞으로 내밀고 피리를 부는 이 작품은 무채색으로 처리한 화면, 원근법을 배제한 평면적인 묘사, 불필요한 장식을 삭제하고 핵심만 자세하게 강조한 기법 등이 특징이다.
1866년 살롱전에서 이 작품이 낙선하자 에밀 졸라가 심사위원들에게 항의서를 제출했으며 세잔, 피사로,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이 모임을 갖는 역사적인 계기가 된 바로 그 작품이다.
한국에 오는 오르세미술관의 걸작들 |
마네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당시 파리 화상 뒤랑 뤼엘이 1천500프랑에 샀고 20년 뒤 이작 드 카몽도가 20배의 웃돈을 주고 사들였다가 1911년 루브르에 기증했다.
▲아를의 반 고흐의 방 = 빈센트 반 고흐. 1889년. 57.5×74㎝. 반 고흐가 고갱과 아를에서 두 달간 함께 살면서 화가 공동체를 만들 꿈을 꿀 당시 자기 방을 그려 동생 테오에게 보내준 작품이다.
3점이 남은 반 고흐의 유명한 방 그림 중 한 점으로 소박한 침대와 의자를 반 고흐 특유의 원근법을 넣어 그려냈다. 반 고흐의 거친 붓터치가 약간 누그러진 대신 진홍빛 이불과 파란 세숫대야, 노란 침대 등 색채들이 강조돼 고갱의 영향이 배어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타히티의 여인들 = 폴 고갱. 1891년. 69×91.5㎝. 선교사들이 가져왔다고 생각되는 원피스를 입은 여인과 원주민 옷을 입은 여인이 해변에 앉아있는 그림이다. 서구 문명과 원시 자연의 충돌이 잘 표현된 고갱의 대표작이다.
▲우물가의 여인들 = 폴 시냐크. 1892년. 195×131㎝. 쇠라와 함께 과학적인 점묘법을 발전시켜 나간 시냐크의 대표작. 일곱가지 색채를 점찍듯이 찍어나가면서 풍부한 햇살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를 묘사했다. 쇠라가 사망한 후 그린 작품으로 쇠라의 그림에서 보이는 부푼 치마의 여인들과 파란 바다가 어우러졌다.
▲오페라좌의 관현악단 = 에드가 드가. 1868-1969년. 32×46㎝.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드가가 발레 공연의 곡을 연주하는 관현악단에 포커스를 맞춰 그렸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구도로 바순 주자가 시선의 중심에 있고 발레하는 무희들은 배경이 된다.
◇오르세미술관은 = 1900년에 센 강변의 철도역으로 설립됐으나 1939년 폐역이 된 후 방치됐다가 내부 개조를 거쳐 1986년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유리천장으로 자연 채광을 살리면서도 철도역이었던 옛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커다란 시계 등이 상징물로 있다.
루브르박물관에 있던 작품 중 1848년부터 1차대전 발발 전인 1914년 사이 작품을 집중적으로 옮겨놓아 인상파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대표 박물관 중 한 곳이 됐다.
앵그르의 '샘', 마네의 '올랭피아', '풀밭위의 점심식사',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 반 고흐의 '의사 가셰의 초상', '오베르의 교회', 세잔의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 등 회화의 걸작들과 로댕의 '지옥의 문' 등 근대조각 명품들도 자리잡고 있다.
chae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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