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석종 題德山溪亭柱 請看千石鐘/非大 無聲/爭似頭流山/天鳴猶不鳴 청간천석종/비대구무성/쟁사두류산/천명유불명 덕산계정의 기둥에 씀 보게나! 천석들이 종을,/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네./어쩌면 두류산처럼/하늘이 울어도 울지않게 될까? 청컨대 천석들이 큰 종을 보게나/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나지 않는다네/어찌하여 저 두류산은/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까 <감 상> 자신을 천석들이 종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임금이 무어라 한다고 해도 움직임에 의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은 지리산이라는 말은 아마도 스승께서 너무 늦게 지리산에 오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도 지금은 지리산 기슭에 자도 지리산이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나 전쟁이 한창이였던 때 그 후로도 지리산이 우는 소리에 곁에 주무시던 아버지를 깨우던 기억이 새롭다. 왜 산이 울지 않겠는가. 인간이 다만 분주하여 산이 우는소리를 듣지 못 할 뿐이다. 마음이 순수해지면 하늘과 어울려 우는 것도 아름다워진다.
2. 덕산복거 德山卜居 春山底處无芳草/只愛天王近帝居/白手歸來何物食 /銀河十里喫有餘 춘산저처무방초/지애천왕근제거/백수귀래하물식 /은하십리끽유여 덕산에 살 곳을 잡고서 봄산 어느곳엔들 芳草가 없으랴만/다만 천왕봉이 하늘나라에 가까운 것이 부러워 찾아왔네./늙어 빈 손으로 돌아와서 무엇을 먹고 살거나?/맑은 물 십리 흐르니 먹고도 남으리. 봄산 어디엔들 꽃다운 풀 없으리요/다만 천왕봉이 상제(上帝)와 가까움을 사랑해서라네/빈 손으로 왔으니 무얼 먹고 살꺼나/은하(銀河)가 십 리(十里)이니 먹고도 남으리 <감 상> 산에 방초를 캐어 먹고 마을 앞 맑은 시냇물 먹으며 족하리라는 시심은 시가 도달할 수 있는 마음의 경지를 아름답게 표현해 주고 있다. 스승의 시조에도 나오는 '두류산 양단수'는 스승의 산천재 앞을 흐르는 강으로 동쪽 삼장 매원사 쪽을 덕천강 시천, 내대쪽의 강을 내대천이라 한다. 덕천서원 앞에서 합수하여 1km쯤 온 지역이 양당마을 산천재 앞이니 전에는 폭이 200m이상 되었으나 최근에는 직강공사를 하여 반이상 좁아져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그 양당수를 은하에 비기고 그것을 퍼 먹으려는 상상을 한 스승의 큰 기개가 눈에 눈에 선하다.
3. 민암부 民巖賦 ‘民巖'이라는 말은 ‘백성은 나라를 엎을 수도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뜻' 유월 여름 홍수의 계절 六月之交/염여퇴렴(양자강 상류에 있는 험난한 암초)의 물말처럼 세차게 밀려오네.如馬/배가 올라갈 수도不可上也/내려올수도 없다네不可下也/아아! 이보다 더 험난한 데는 없으리라.哉 險莫過焉/배는 물 때문에 가기도 하지만舟以是行/물 때문에 뒤집히기도 한다네亦以是覆/백성이 물과 같다는 소리民猶水也/옛날부터 있어왔다네古有說也/백성들이 임금을 떠받들기도 하지만民則裁君/백성들이 나라를 뒤집기도 한다네('순자'에 맨먼저 나온다)民則覆國/나는 진실로 아나니, 물은 눈으로 볼 수 있는것/위험이 바깥에 있어 좀체 가까이 않는다네/불 수 없는 건 마음인데/위험이 안에 있어 소홀히 대한다네/걸어다니기에 평지보다 더 평평한 곳이 없지만/맨발로 살피지 않고 다니다간 발을 상하지/이부자리보다 더 편안한 곳이 없지만/뾰족한 것을 겁내지 않다간 눈이 찔린다네/재앙은 소홀히 하는 곳에 있는 법/위험은 산꼴짜기에만 있는건 아니라네/원한이 마음속에 있게 되면/한 사람의 생각이 아주 날카롭게 된다네/보잘것 없는 아낙네라도匹婦呼天/부르짖으면 하늘이 호응한다네 一人甚細/하늘이 감응하는 것은 다른 이유없어/하늘은 이 백성들 통해서 보고 들으니까/백성들이 하고자 하는 건 반드시 들어주기를/부모가 자식 돌보듯 한다네/원한 가진 한 아낙네 비록 애초에 보잘 것 없지만/끝내 거룩하신 하늘께 갚아주기 바란다네/누가 감히 우리 하늘을 대적하리/실로 하늘의 험함은 통과하기 어렵다네/만고에 걸쳐 험함이 베풀어졌거늘/얼마나 많은 임금들이 예사로 보아 넘겼던가?/걸(桀)왕과 주(紂)왕이 탕(湯)과 무(武)왕에게 망한 게 아니라/평범한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에 망한 거라네/한나라 유방(劉邦)은 보잘 것 없는 백성이었고/진(秦)나라 호해(胡亥:진시황의 아들)는 높은 황제였다네/필부(匹夫)로서 만승의 천자가 되었으니/이 커다란 권한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다만 우리 백성들의 손에 달려 있으니/겁낼 것 없는 듯 해도 매우 겁내야 할 존재라네/아아!/촉산(蜀山:중국 서남족에 있는 험한 산들)의 험준함인들/어찌 임금을 넘어뜨리고 나라를 엎을 수 있으리오?/그 위험함의 근원을 찾아보건대/정말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네/임금 한 사람이 어질지 못한데서/위험이 극에 이르게 된다네/궁궐을 넓고 크게 짓는 일은/백성들을 성나게 하는 시초요/여자들이 들락날락 임금을 자주 만나는 일은/백성들을 성나게 하는 과정이요/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 들임은/백성들의 분노를 쌓아 가는 것이요/도에 지나칠 정도로 사치함은/백성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킴이요/탐관오리가 자리를 차지함은/백성들의 분노를 이끌어냄이요/형벌을 멋대로 쓰는 일은/백성들의 분노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일/비록 그 위험이 백성에게 있지만/어찌 임금의 덕(德)에 말미암지 않겠는가?/강이나 바다보다 더 큰 물은 없지만/큰 바람만 없으면 고요하다네/백성들의 마음보다 더 위태한 것은 없지만/폭군만 아니라면 다 같은 동포라네/동포를 원수로 만드는 건/누가 그렇게 하는 것이가?/남산(장안 부근에 있는 산)이 저리 우뚝한데/거기에 돌이 험하게 붙어있고/태산(산동성에 있는 산)이 저리 험준하지만/노(魯)나라 사람들이 우러러 본다네/그 험준함은 한가지라 하지만/편안해지느냐 위태로우냐는 다르다네/임금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편안하게 되기도 하고自我安之/임금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위태롭게 되기도 한다네自我危爾/백성들의 마음 위험하다 말하지 마소莫曰民巖/백성들의 마음은 위험하지 않다네民不巖矣 <감 상> 백성은 오로지 나랏님을 두려워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도 가족을 데리고 유랑걸식하다. 굶어 죽은 수 많은 사람들을 본 문정왕후-명종시절을 보신 스승은 "배는 물이 있어 가지만 물은 때로는 배를 뒤집기도 한다." 고 썼다. "보잘것 없는 아낙네도 하늘을 감동시킨다." 감동적인 시이다. 그러나 스승은 중종반정이 가져온 왕실의 약화로 인하여 피폐해진 나라의 살림을 피부로 겪으며 피를 토하듯 써 나간 이 글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2002년 이 밝은 시대에도 이런 글을 썼다면 온전할 수 있을런지 한번 생각해 본다.
4. 단속사정당매
斷俗寺政堂梅 寺破僧羸山不古/前王自是未堪家/化工正誤寒梅事/昨日開花今日花 사파승리산불고/전왕자시미감가/화공정오한매사/작일개화금일화 단속사 정당매- 진주에 있다 절은 부서지고 종은 파리하며 산도 예와 다른데/전 왕은 스스로 집안 단속 잘하지 못했네/조물주는 정녕 추위속의 매화의 일 그르쳤나니/어제도 꽃 피우고 오늘도 꽃 피운다네 <감 상> 600년을 피어 온 꽃을 보면 신비롭다. 그리고 진실이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다듬어 진다. 항상 "수구"만 있으면 새로움은 어떻게 들어올 것인가. 강회백(1357-1402)은 고려와 조선을 걸쳐 벼슬을 했다하여 남명에게서는 지조 없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새 시대에 적응하여 사는 것 또한 사람의 길이 틀림없다. 강회백은 진주 강씨의 자랑스런 선조다.
5. 종죽산해정 種竹山海亭 此君孤不孤/髥 則爲隣/莫待風霜看/ 倚 這見眞 차군고불고/염수칙위린/막대풍상간/ 의의저견진 산해정에 대를 심으며 대나무는 외로운 듯 해도 외롭지 않아/소나무가 이웃이 되니/꼭 바람 서리 기다려서야 볼 건 없어/살랑살랑하는 가운데서도 참됨은 볼 수 있다네. <감 상> 봄이면 새싹이 돋아났다가 여름이면 다투어 무성했다가 가을이면 낙엽지고 겨울에는 가지만 남기면서 계절에 적응 잘하는 초목들이 대나무를 본다면 어리석은 물정에 어둡고 처신을 잘못하는 것 같아 보일 것이다. 또 달은 초목들을 따라서 낙엽을 지우고 보조를 맞추면 될텐데, 혼자 잎을 달고 있으니 외로워 보일 것이다.
6. 영리 詠梨 支離梨樹立門前/子實辛酸齒未穿/ 渠與主人同棄物 /猶將樗 保天年 지리이수입문전/자실신산치미천/ 거여주인동기물 /유장저력보천년 배를 읊음 보잘것 없는 배나무 문 앞에 섰는데/열매는 시어서 이가 들어가지 않구나/너도 주인처럼 버려진 물건이지만/쓸모없기에 오히려 타고난 수명 부전하누나. <감 상> 나이 이제 쉰다섯이지만 늙어 이런 시를 쓸 수 없다면 삶의 숭고함을 어디에 기대어 쓸 수 있겠는가. 곧은 나무들이 너무 일찍 찍혀서 까대기(볼품없는 작은 집)짓는데나 사용되거나 아니면 그도 못하여 집 짓는 재목 쌓는데 같이 쌓였다가 불쏘시개가 되는 일이 하도 많은가. 스승은 혜성 같이 나타난 조광조가 단 두해만에 꺽여져 버려지는 것을 일찌기 보았다. 연구가들은 이 시를 통하여 스승의 노장적 측면을 보기도 하나 시는 시로써 아름답다. 7. 덕산우음 德山偶吟 高山如大柱/撑却一邊天/頃刻夫嘗下/亦非不自然 고산여대주/탱각일변천/경각부상하/역비불자연 덕산우음높은 산이 큰 기둥처럼 /하늘 한쪽을 받치고 있네 /잠깐도 내려 온 적 없건만/또한 자연스럽지 않음이 없네
8. 유감 有感 忍飢獨有忘飢事/總爲生靈無處休/舍主眠來百不救/碧山蒼倒暮溪流 인기독유망기사/총위생령무처휴/사주면래백불구/벽산창도모계류 느낌이 있어 굶주림 참는 데는 굶주림 잊는 수밖에/모든 백성들은 쉴 곳이 없구나/집주인은 잠만 자고 전혀 구제 아니 하니/푸른 산의 푸르름만 저녁 시내에 드리워져 있도다. <감 상> 첫 2구에는 시종 잊을 수 없는 일이 백성들의 고통에 있으니 그 자신의 굶주림과 목마름까지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였다. 비록 자신의 나라에 대한 근심은 세상에 도움이 안되어도 세상사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마음속에 떠오르는데 자기와는 달리 조정에서는 무관심만 보이고 개혁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 우음-고산 偶吟 高山如大柱/撑却一邊天/頃刻未嘗下/亦非不自然 고산여대주/탱각일변천/경각미상하/역비불자연 우연히 읊음 큰 기둥같은 높은 산이/하늘 한쪽을 버티고 섰네/잠시도 내려 앉은 적 없는데도/자연스럽지 않음이 없도다
10. 정리 庭梨 半庭梨樹兩三株/遮爲東陽擬木奴/無未一生全類娥/世人應道學楊朱 반정리수양삼주/차위동양의목노/무미일생전류아/세인응도학양주 뜰의 배 들을 반쯤 덮은 배나무 두어그루/무궁화와 함께 동쪽 햇볕 가리네/덤덤한 한평생 꼭 나와 비슷해/세상사람들이야 양주를 배웠다하겠지
11. 무제1 無題1 魯野麟公老/ 岐山鳳不儀/文章今己矣/吾道竟誰依 노야린공노/ 기산봉불의/문장금기의/오도경수의 무제1 노나라 들판에는 기린이 헛되이 늙어가고/기산에서는 봉황새도 날아오지 않네/문장은 이제 끝장이니/우리의 도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
12. 무제2 - 복약 無題2 服藥求長年/不如孤竹子/一食西山薇/萬古獪不死 복약구장년/불여고죽자/일식서산미/만고회불사 무제2 약 먹고 장수하기는/ 백이숙제 만할 이 있으랴/ 한번 수양산 고사리 먹고 /만고토록 죽지 않네
13. 두류산가 頭流山歌 두류산가 한글시조 두류산 양단수를 예듣고 이제 보니/도하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겼어라/아히야 무릉이 어디뫼요 나는 옌가 하노라
14 두류작 頭流作 高懷千尺掛之難/方丈干頭上上干/玉局三生須有籍/他年名字也身看 고회천척괘지난/방장간두상상간/옥국삼생수유적/타연명자야신간 두류작 내 높은 뜻이 하도 커서 걸곳이 없네/지리산 꼭대기 상상봉에 걸리랴/적어도 옥국관 삼생의 명부에 적이 올라야/죽은 뒤 저승에서 내 이름 내가 기뻐하리라
15. 직녀암 織女巖 白練機中出/分來牛背乾/靑黃元不受/渾爲謝人間 백련기중출/분래우배건/청황원불수/혼위사인간 직녀암 흰 베 베틀에서 나오자마자/잘라 와서 소 등에서 말린다네/푸른 색 노란 색 아예 받아들이지 않고/완전히 인간 세상 사절했구나.
16. 청학동 靑鶴洞 獨鶴穿雲歸上界/一溪流玉走人間/종지무루번일爲累/心地山河語不看 독학천운귀상계/일계류옥주인간/종지무루번일위누/심지산하어불간 청학동 한마리 학은 구름을 뚫고 하늘 나라로 올라갔고/구슬이 흐르는 한 가닥 시내는 인간 세상으로 흐르네/누 없는 것이 도리어 누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산하를 마음으로 느끼고서 보지 않았다고 말하네
17. 명경대 明鏡臺 斧下雲根山北立/袖飜天窟鳳南移/冷然我欲經旬返/爲報同行自岸歸 부하운근산북립/수번천굴봉남이/냉연아욕경순반/위보동행자안귀 명경대 도끼로 바위를 깍아 산 북쪽에 세웠는데/소매로 하늘을 치듯 붕새는 남쪽으로 날아가네/훌쩍 떠나 열흘 정도 지나 돌아오고자 하여/바닷가에 다녀오겠다고 일행에게 알리네 - '봉(鳳)'자는 예날의 '붕(朋)'자인데 선생자신을 가르키는 것이다
18. 국화 菊花 국화 삼월에 꽃을 피워 비단으로 성을 이루는데/국화는 어이하여 가을이 다 지나서야 꽃을 피우나/조물주가 서리에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허락지 않은 건/응당 저물어 가는 해의 다하지 못한 정을 위해서겠지
19. 황계폭포1 黃溪瀑布1 投璧還爲壑所羞/石傳미玉不曾留/溪神만事龍王慾/朝作明珠許盡輸 투벽환위학소수/석전미옥불증유/계신만사용왕욕/조작명주허진수 황계폭포1 구슬을 던진다해도 골짜기에 부끄러울 정도/암벽에 붙은 구슬 가루 머물러 있는 적 없도다/계곡의 신이 일을 소홀히 했기에 용왕이 욕심 내어/아침에 만든 명월주를 다 싣고 가도록 허락해 버렸네 구슬이 흘러 골짜기를 메우고/암벽에 쏟아져 내리는구나 /계곡의 신이 혼이 빠진 사이 용왕의 욕심이 커졌나/아침에 만든 구슬들을 모두 쏟아내려버리는구나
20. 만성1-천풍 漫成1 - 天風 天風振大漠/疾雲紛蔽虧/鳶騰固其宜/烏루而何爲 천풍진대막/질운분폐휴/연등고기의/오루이하위 되는 대로 이룸 하늘 바람 허공에 진동을 하고/치닫는 구름 어지러이 가렸다 흩어졌다 하네/솔개가 날아오르는 건 본래 당연하다 해도/까마귀는 치솟아 무얼 하려는 건지 21. 금운 琴韻 三聖幽微在一琴/寂然收處是眞音/慙君勉我峨洋韻/薄劣如何會得吟 삼성유미재일금/적연수처시진음/참군면아아양운/박열여하회득음 거문고 소리 세 성인 오묘한 뜻 한 거문고에 있나니/조용히 거두는 곳에 참된 소리 있더라/부끄러워라 그대가 나에게 아양곡을 권하나/보잘것 없는 내가 어찌 알고 읊조릴 수 있겠나
22. 포석정 鮑石亭 楓葉鷄林己改柯/甄萱不是滅新羅/鮑亭自召宮兵伐/到此君臣無計何 풍엽계림기개가/견훤불시멸신라/포정자소궁병벌/도차군신무계하 포석정- 경주에 있다 단풍 든 계림 벌써 가지가 변했으니/견훤이 신라를 멸망시킨 것 아니라네 포석정에서 대궐의 군사가 망하도록 자초한 것이니/이 지경에 이르면 임금과 신하 어쩔 계책 없는 법
23. 무제3 - 신무 無題3 神武城西氷欲泮/鈴風初叫看儀竅/羹艾風餠渾閑事/太半遺忘太半知 신무성서빙욕반/영풍초규간의규/갱애풍병혼한사/태반유망태반지 무제3 신무성 서쪽으로 얼음이 풀리려는데/방울 소리 처음으로 바람에 울리어 천지의 운행을 본다/쑥국이나 떡국 끓여 먹는 일 모두 한가로운 것이데/태반은 잊어버렸고 태반은 알고 있다네
24. 화죽 畵竹 生香莫作死香看/生死路頭知者難/先哲雖亡模樣在/要須模樣裡深看 생향막작사향간/생사로두지자난/선철수망모양재/요수모양리심간 대를 그림 살아있는 향기를 죽은 향기로 보지 말게나/삶과 죽음의 갈림길 알기 어렵나니/옛 현인들 비록 죽어도 전형은 남아 있나니/모름지기 전형 속을 깊이 볼지어다
25. 무제4 - 강반 無題4 强半行臧辦自家/也徒醫濟十年艾/雲山只欲從渠老/世事其如每作魔 강반행장판자가/야도의제십년애/운산지욕종거로/세사기여매작마 무제4 -강반 도를 행하거나 숨어 지내거나 자신이 결정할 일/다만 마음으로만 구제하려 할 뿐이네/구름 낀 산을 따라 늙으려 하지만/세상 일이 매양 마가 됨을 어쩌리
26. 천상음 川上吟 西去還同 鵠南/無生蛾子不如蠶/高歌佛浦當時事/ 兀坐荒溪似久 서거환동자곡남/무생아자불여잠/고가불포당시사/ 올좌황계사구음 냇가에서 읊음 물은 서쪽으로 흐르다 자고새와 함께 남쪽으로 돌아 흐르고/아무것도 낳지 못하는 나방은 누에만 못하다네/거친 시냇가에 벙어리 마냥 오뚝이 앉아 있다네
27. 지뢰음 地雷吟 易象分明見地雷/人心何昧善端開/祈應萌蘖如山木/莫遣牛羊日日來 역상분명견지뢰/인심하매선단개/기응맹얼여산목/막견우양일일래 복괘를 두고 읊음 역상이 분명하여 땅 밑 우레를 보는데/어찌 사람의 마음은 착함의 실마리 열리는 것을 모르는가/다만 싹틈이 응당 우산의 나무 같나니/소나 양으로 하여금 날마다 오게 하지 말게나
28. 좌우명 座右銘 庸信庸謹/閑邪存誠/岳立淵沖/燁燁春榮 용신용근/한사존성/악립연충/엽엽춘영 좌우명 언행을 신의 있게 하고 삼가하며/사악함을 막고 정성을 보존하라/산처럼 우뚝하고 못처럼 깊으면/움 돋는 봄날처럼 빛나고 빛나리라
29. 송월 松月 寒聲淅瀝頻蕭颯/天桂交加淨復森/何處獨無繁好樹/不常其德二三心 한성석력빈소삽/천계교가정복삼/하처독무번호수/불상기덕이삼심 소나무에 비친 달 찬바람 소리 우수수 자주 쓸쓸할제/달과 어울리는 산뜻하면서도 근엄하구나/어디엔들 크고 좋은 나무 없을까 마는/덕 항상 지키지 못하고 마음 이리저리 변하더라
30. 죽풍 竹風 三益蕭蕭一逕通/最燐寒族愛難功/猶嫌未與髮君便/隨勢低昻任却風 삼익소소일경통/최린한족애난공/유혐미여발군편/수세저앙임각풍
대에 부는 바람 세 친구 쓸쓸하고 오솔길 하나 나 있는데/한미한 사람이 이루기 힘든 공 좋아하는 게 가장 가엾도다/싫도다 소나무와 한편이 되지 않고서/바람에 내맡겨 형세 따라 오르내리는 것이
31. 안의 옥산동1 遊安陰玉山洞 白石雲天面/靑蘿織萬機/莫敎摸寫盡/來歲採微歸 백석운천면/청라직만기/막교모사진/내세채미귀 안음 옥산동에서 놀며 하얀 돌에 구름은 천 가지 모습/푸른 댕댕이넝쿨이 온갖 형상 짜내네/다 묘사하지 말도록 하게나/장차 고사리 캐러 돌아올테니. 근엄한 스승의 모습은 간데 없고, 맑은 물과 물속의 희바위 물속에 갈아 앉은 그름과 함께, 대 자연속에 흠뻑 빠진 스승의 모습, 물속에 비친 풀 포기까지 아껴 두었다가 다음에 나물 캐러오겠다는 시심을 보라 시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다 - 백석운천면 청라직만기 막교모사진 내세채미귀
32. 청학동 폭포 詠靑鶴洞 瀑布 勍敵層崖當/ 撞鬪末休/却嫌堯抵壁/茹吐不曾休 경적층애당/용당투말휴/각혐요저벽/여토불증휴 청학동 폭포를 읊음 굳센 적처럼 층진 벼랑이 막아 섰기에/찧고 두드리며 싸우길 쉬지 않는다/요가 구슬 버린 것 싫어하여/마시고 토하길 쉰 적이 없다네.
33. 제구암사 題龜巖寺 東嶺松爲木/佛堂人拜之/南冥吾老矣/聊以問山芝 동령송위목/불당인배지/남명오노의/요이문산지 구암사에서 씀- 김해에 있는 절 동쪽 고개 위의 소나무로 지은/불당에 사람들이 절을 하누나/나 남명은 이미 늙었기에/에오라지 산 속의 지초를 묻노라. 늙은 도인의 눈에 비친 이생의 삶의 복락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히 적고 있다. 인간이 무어 지초와 다르랴. 사는 동안 올곧게 산다면 굳이 불당에 절을 하건 안하건 무슨 상관이랴. 관조의 세계에 들어서 허적허적 자연속을 걷는 스승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스승 자신이 자연 그 자체가 되었다. 서정시의 백미다.
34. 함벽루 涵碧樓 喪非南郭子/江水渺無知/欲學浮雲事/高風猶破之 상비남곽자/강수묘무지/욕학부운사/고풍유파지 함벽루- 합천에 있음 남곽자 같은 무아지경에 이르진 못해도/흐르는 강물만 멍하니 바라본다/뜬구름의 일을 배우고자 하나/높다란 바람이 흩어 버리네.
35. 기삼족당 寄三足堂 事與風雲變/江同歲月流/英雄今古意/都付一虛舟 사여풍운변/강동세월류/영웅금고의/도부일허주 삼족당에서 부침 세상 일은 풍운과 더불어 변하고/강은 세월과 함께 흘러간다/고금 영웅들의 뜻을/온통 한 척의 빈 배에 부친다.
36. 별경온사 別敬溫師 僧同雲入嶺/客向塵歸兮/送爾兼山別/奈如山日西 승동운입령/객향진귀혜/송이겸산별/나여산일서 경온 스님과 이별하며 스님은 구름과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고/나그네는 티끌 세상으로 돌아간다네/그대 보내고 산마저도 떠났나니 /서쪽으로 지는 산 속의 해 어떻게 할꼬?
37. 기숙안 寄叔安 梅上春候動/枝間鳥語溫/海亭山月白/何以座吾君 매상춘후동/지간조어온/해정산월백/하이좌오군 숙안에게 부침 매화 나무에 봄기운이 감돌고/가지 사이엔 새 울음소리 따스하구나/산 속의 달빛 산해정에 환한데/어떻게 하면 그대 불러 앉게 할 수 있을까
38. 만흥 漫興 朝徹輕煙泊/沙舟渾似春/西江終古意/不與一番人 조철경연박/사주혼사춘/서강종고의/불여일번인 그저 흥이 나서 아침 가벼운 안개 뚫고 배를 대고 보니/모래 사장에 놓인 배 온통 봄 풍경이라/옛부터 서강이 간직해 온 아련한 뜻은/한번도 사람에게 들려주지 않는구나
39. 증별 贈別 爲憐霜 促/朝日上遲遲/東山猶有意/靑眼送將歸 위련상빈촉/조일상지지/동산유유의/청안송장귀 이별하는 사람에게 줌 허연 귀밑머리 자꾸 나는 것 거엾게 여겨/아침해도 더디 떠오르는 구나/동산에 오히려 뜻이 있기에/정다운 눈길로 돌아가는 그대 전송한다네
40. 산해정우음 山海亭偶吟 十里降王界/長江流恨深/雲浮黃馬島/山導翠鷄林 십리강왕계/장강유한심/운부황마도/산도취계림
산해정에서 우연히 읊음 왕이 태어나신 곳 십리 거리/긴 강물에 깊은 한이 흐르도다/구름은 누른 대마도에 떠 있고/산은 푸른 계림으로 뻗어 있네
41. 매하종목단 梅下種牧丹 栽得花王來/延臣梅御史/孤鶴終何爲/不如蜂與蟻 재득화왕래/연신매어사/고학종하위/불여봉여의 매화 밑에 모란을 심음 화왕을 심고 보니/조정 신하는 매어사로세/외로운 학은 끝내 무얼 하는가/벌이나 개미만도 못하구려
42. 제황강정사 題黃江亭舍 路草無名死/山雲恣意生/江流無限恨/不與石頭爭 황강의 정자에 씀 길 가 풀은 이름 없이 죽어 가고/산의 구름은 자유롭게 일어나누나/강은 가엾는 한을 흘러 보내면서/돌과는 다투지를 않는다네
43. 독서신응사 讀書神凝寺 瑤草春山綠滿園/爲燐溪玉座來遲/生世不能無世累/水雲還付水雲歸 요초춘산록만원/위린계옥좌래지/생세불능무세누/수운환부수운귀 신응사에서 글을 읽다가 춘산에 요초 돋아나니 온 원가 푸르르다/시냇물 옥 구르는 소리 더욱 어여삐 세월의 근심걱정을 없이 할 수 있으리/세상에 살면서 어찌 세상의 근심걱정을 없이 할 수 있으리/세상을 등진 저 물과 구름은 역시 그것으로 돌려보내자
44. 욕천 浴川 全身四十年前累/千斛淸淵洗盡休/塵土 能生五內/直令剖**腹付歸流 ** 사전에 없어 글자를 바꾸었음. 욕천 40년 동안 찌들은 때를/만길 연못에 씻어 보낸다/먼지와 티끌이 뱃속에서 나는 거라면/주저없이 배 갈라 흐르는 물에 부치리
45. 유백운동 遊白雲洞 天下莫雄所可羞/一生筋力在封留/靑山無限春風面/西伐東政定未收 천하막웅소가수/일생근력재봉유/청산무한춘풍면/서벌동정정미수 유백운동 천하의 막웅들이여 부끄럽지 않은가/일생동안 휘둘렀다는 힘이 고작 조그마한 땅 한 조각 차지하는데 있었으니 말이다/청산은 언제나 청산 그대로이다/서를 치고 동을 친들 땅은 영원히 땅 그대로 인게야
46. 우음-인지 偶吟 - 人之 人之愛正土/好虎皮相似/生前欲殺之/死後方稱美 인지애정토/호호피상사/생전욕살지/사후방칭미 우연히 읊음 세상 사람들이 바른 선비 사랑하는 것이/마치 호랑이 가죽을 좋아하는 것 같구나/살아있을땐 죽이지 못해 애태우다가/막상 죽여 놓고는 그를 아름답다 탄식한다
47.증삼족당 贈三足堂 上牛津日/應嫌洗耳看/我非雙角 /渠歲五고干/細草三年錄/醒心百鍊丹/爲燐雲伴宿/山月更生彎 *** 羊+갖은둥글월 문=양가죽 고 증삼족당 뗏목 타고 은하수에 오르던 날/귀씻고 보는 일 응당 싫어했으리/나는 쇠뿔 두드리는 사람 아니고/그대 어찌 다섯장의 양가죽으로 구하겠는가/가느다란 풀 삼 년째 푸르른 데/깨다른 마음 백 번 련단을 한다/어여뻐라 구름 잠들고 나니/조각달 다시 산 위로 돋누나
48. 문이우옹환향 聞李愚翁還鄕 山海亭中夢幾回/黃江老 雪盈 ( )/半生金馬門三到/不見君王面目來 이우옹이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 산해정에서 꾼 꿈이 몇 번이나 되던가/황강 노인 두뺨에 가득한 흰눈을/반평생 동마문에 세 번이나 이르러도/임금님은 뵙지도 못하고 왔다지
49. 증황강 贈黃江 思君想月正離離/新雁時兼旅燕歸/紅葉滿山全有色/靑松留壑半無枝/侵陵白髮愁爲橫/嗚咽蒼生稔益飢/果腹(口+壹목멜열)懷書不得/黃芚老子爾能知 사군상월정리리/신안시겸여연귀/홍엽만산전유색/청송유학반무지/침릉백발수위횡/오열창생임익기/과복(구+일목멜열)회서부득/황둔노자이능지 황강에게 줌 서리 내리는 밤 달빛 속에 그대 생각 깊은데/기러기 새로 올제 제비는 돌아가네/단풍잎 산에 가득 온통 붉은 색이고/푸른 솔은 골짜기에 남아 가지 반쯤 없구나/달려드는 백발에 근심은 뒤얽히고/슬피 우는 백성들은 풍년에도 더욱 굶주린다/가슴 가득한 답답한 생각 적을 수 없지만/ 우직한 황강 노인 그대는 알리라
50. 산중즉사1 山中卽事1 從前六十天曾假/此後雲山地借之/猶是窮塗還有路/却尋幽逕採薇歸 종전육십천증가/차후운산지차지/유시궁도환유로/각심유경채미귀 산 속에서 즉흥적으로 읊음 이전의 육십년은 일찍이 하늘이 빌려준 것이고/앞으로 구름 낀 산에서 사는 것은 땅이 빌려준 것이라네/막다른 길에도 또다시 길이 있나니/그윽한 오솔길을 찾아 고사리 꽤어 돌아온다네
51. 산중즉사2-일모 山中卽事 又 日暮山童荷鋤長/耘時不問種時忘/五更鶴 驚殘夢/始覺身兼蟻國王 일모산동하서장/운시불문종시망/오경학려경잔몽/시각신겸의국왕 산속에서 즉흥적으로 읊음 - 다시 한수 해질녘 산골 아이 굉이를 메고 섰는데/김 맬 때도 묻지 않고 씨 뿌릴 때도 잊어버렸네/오경에 학 울음 소리 새벽 꿈을 설치는데/비로소 개미 나라 왕을 겸했다는 걸 아는구나
52. 황계폭포 黃溪瀑布2 懸河一束瀉牛津/走石飜成萬斛珉/物議明朝無己迫/貪於水石又於人 현하일속사우진/주석번성만곡민/물의명조무기박/탐어수석우어인 황계폭포2 달아맨 듯 한 줄기 물 은하처럼 쏟아지니/구르던 돌 어느새 만 섬 옥돌 되었구나/내일이면 비난에도 핍박이 안그치리/물과 돌 다음엔 사람도 탐할테니
53. 서조병증조장원원 書釗柄贈趙壯元瑗 禽宮抽太白/霜拍廣寒流/斗牛恢恢地/神游刃不游 금궁추태백/상박광한류/두우회회지/신유인불유 칼자루에 써서 장원한 조원에게 줌- 이준민의 사위이다 불 속에서 하얀 칼날 뽑아내니/서리 깉은 빛 당에까지 닿아 흐르네/견우성. 북우성 떠 있는 넓디넓은 하늘레 정신은 놀아도 칼날은 놀지 않는다
54. 차관수루운 次觀水樓韻 阿綠羅深面/鴛鴦對浴嬉/沈江三尺日/留與五言詩 아록라심면/원앙대욕희/침강삼척일/유여오언시 관수루 시의 운자를 따라서 푸른 비단 같은 깊은 수면에/원앙새 짝을 지어 목욕하며 노누나/강으로 빠져 드는 해 서너 자 남았는데/오언시를 남겨 둔다네
55. 증오학록건상경 贈吳學錄健上京 一脚初分處/來來百里遙/山頭回望盡/西路更초초 서울로 가는 학록 오건에게 줌- 자는 자강이다 한 발짝 처음으로 헤어지던 곳이/오고 오니 멀어져 백 리나 되었구나/산마루에서 아득히 돌아보니/서울 가는 길 더욱 멀기도 해라
56. 고주만박 孤舟晩泊 風濤驚萬里/舵櫓倚 工/晩泊蓬萊下/家山第一峯 해 저물 녘에 외로운 배를 댐 만리 푸파에 놀란 나머지/키와 노 사공에게 맡겼네/해 저물어 봉래산아래 닿으니/제일 높은 봉우리 우리 집이 있네
57. 우음2 - 주점 偶吟2 朱點小梅下/高聲讀帝堯/窓明星斗近/江闊水雲遙 우연히 읊음2 붉은 꽃 핀 매화나무 아래서/큰 소리로 요전을 읽는다/북두성이 가까와 창이 밝고/강물 넓은데 아련히 구름 떠 있네
58. 무제5 - 상입 無題5 霜入楚王宮/潮通夔子國/不是納亡人/君心先自惑 제목 없이 서리는 초나라 왕궁에 들고/조수는 기자국에 통했네/망한 나라 사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임금 마음이 스스로 먼저 미혹했기 때문이로다
59. 제오대사 題五臺寺 名字曾羞題月脅/笑把蚊 下蟬宮/人緣舊是三生계/半日歸來擬赤松 명자증수제월협/소파문자하선궁/인연구시삼생계/반일귀래의적송 오대사에 씀- 진주에 있다 이름자를 산기슭에 쓰기를 일찍이 부끄러워하였는데/변변찮은 입 갖고서 웃으며 절간에 들렀다네/예로부터 사람의 인연은 삼세에 얽힌 것/한나절 만에 돌아오며 적송자에 비긴다네
60. 증별자형인숙1 贈別姉兄寅叔 積憂如草雨中新/太半生來此最辛/倚馬臨 渾不語/天涯消道又成春 적우여초우중신/태반생래차최신/의마임기혼불어/천애소도우성춘 자형인숙과 작별하면서 드림 쌓인 시름 풀과같아 비가 오자 새로워져/한평생 가운데서 지금이 가장 쓰리네/갈림길에서 말에 기대어 둘 다 말이 없는데/하늘 끝으로 사라지는 길 또 봄을 이루네
61. 증별자형인숙2 贈別姉兄寅叔 又 燭火只因心子在/谷風旋作地雷喧/殘星分暝寒墜月/欲別秋聲不可聞 자형인숙과 작별하면서 줌 - 다시 한 수 촛불은 다만 심지 때문에 남아 있고/골짜기 바람 일어나니 땅은 우레처럼 시끄럽네/새벽 별 어둠을 가르고 차갑게 달이 지는데/이별하고자 하니 가을 소리를 들을 수가 없구나
62. 강정우음 江亭優吟 臥疾高齊晝夢煩/機重雲樹隔桃源/新水淨於靑玉面/爲憎飛燕蹴生痕 와질고제주몽번/기중운수격도원/신수정어청옥면/위증비연축생흔 강가 정자에서 우연히 읊음 병으로 높다란 집에 누웟으니 낮 꿈이 번거로운데/구름속의 나무 도화원을 볓 겹이나 격해 있는가/새 물 푸픈 옥보다 더 깨끗한데/미워라 제비가 차서 물결 생긴 흔적이
63. 춘일즉사 春日卽事 朱朱白白皆春事/物色郊原得意新/自是東皇花有契/髥君於汝豈無恩 주주백백개춘사/물색교원득의신/자시동황화유계/염군어여기무은 봄날 즉흥적으로 읊음 붉고 희고 한것이 모두 봄철 일이라/갖가지 사물 빛이 때를 만나 들녘에 새롭구나/봄의 신은 스스로 꽃과 기약이 있는 듯한데/소나무 너에게는 어찌하여 은택 없는고
64. 안음 옥산동2-벽봉 遊安陰玉山洞2 碧峯高揷水如藍/多取多藏不是貪/ 蝨何須談世事/談山談水亦多談 벽봉고삽수여람/다취다장불시탐/문슬하수담세사/담산담수역다담 안음 옥산동에 놀며2 푸른 봉우리 우뚝 솟았고 물은 쪽빛인데/좋은 경치 많이 간직했어도 탐낸 건 아니라/이 잡고 살면서 어찌 꼭 세상사 이야기할 것 있으랴/산 이야기 물 이야기만 해도 이야기가 많은데
65. 만성2 - 수증 漫成2 水蒸飛粉雨渾山/朱點書床又考槃/向夜候蟲灘下級/海南身似劍南間 수증비분우혼산/주점서상우고반/향야후충탄하급/해남신사검남간 되는 대로 이룸 - 수증 물엔 김 피어 오르고 빗방울은 산에 자욱할 제/책상 위의 책에 붉은 점 치다가 소반을 치기도 한다네/밤이 되자 계절의 벌레 소리 여울 아래서 급한데/해남의 몸이 검남에 있는 듯하네
66. 방촌로 訪村老 黃流波上輕烟細/白日窺中銀箭斜/谷口小溪開小室/蹇驢詩有野人過 황류파상경연세/백일규중은전사/곡구소계개소실/건려시유야인과 시골 노인을 찾아서 황강 물결 위로 가벼운 이내 하늘거리고/밝은 해가 속을 엿보아 은빛 호살이 꽂힌 듯 골짜기 어귀 조그만 시내에 오두막을 지었는데/그 앞으로 절뚝거리는 나귀 타고 야인이 지나가네
67. 증태용 贈太容 脈脈如相見/春山猶獨居/分來南史筆/敎寫種稻書 태용에게 줌- 김천우의 자이다. 서로 만나자고 해도 그리워만 하면서/봄산에 오히려 홀로 산다네/남사의 붓을 얻어 와서는/벼 심는 법 기록한 책 베끼게 한다네
68. 영연1 永蓮1 華盖亭亭翠滿塘/德馨誰與此生香/請看默默於泥在/不 葵花向日光 華盖亭亭翠滿塘/덕형수여차생향/청간묵묵어니재/불시규화향일광 연꽃을 읊음 꽃봉오리 늘씬하고 푸른 잎 연못에 가득한데/덕스런 향기 누가 이처럼 피워내랴/보게나. 묵묵히 뻘 속에 있을지라도/해바라기 햇빛을 향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69. 영연2-지애 永蓮2 - 又 只愛芙渠柳下風/援而還止于潢中/應嫌孤竹方爲隘/遠播淸香到老翁 지애부거유하풍/원이환지우황중/응혐고죽방위애/원파청향도노옹 연꽃을 읊음 - 다시 한 수 다만 연꽃이 유하혜의 기풍 있음을 사랑하여/손으로 당겨 보아도 그대로 연못 속에 있네 고죽군의 편협함 웅당 싫어하겠지/멀리 맑은 향기를 퍼뜨려 이 늙은이에게까지도 이르네
70. 봉명루 鳳鳴樓 岐下遺音屬有樓/親賢樂利乞悠悠/自從矗石新開宇/六六鳴隨上下流 기하유음속유루/친현락리걸유유/자종촉석신개우/육육명수상하류 봉명루- 진주에 있다 기산 아래 남은 소리 이 누각에 있는데/어질고 친하며 즐겁고 이롭게 여기는 뜻 지금껏 아련쿠나/촉석루를 새로 세운 뒤로부터는/봉황새 울음소리 강물 따라 오르내리는구나
71. 만성3-평생 漫成3 - 平生 平生事可噓噓己/浮世功將 何/知子貴無如我意/那須身上太華과 평생사가허허기/부세공장골골하/지자귀무여아의/나수신상태화과 되는 대로 이룸 한 평생의 일 한숨만 나올 따름/뜬구름 같은 세상 공명 힘써 무엇하랴/알겠노라/그대는 귀하여 나같은 뜻이 없다는 것을/몸이 화산에 오른 것을 어찌 꼭 자랑해야만 하겠나
72. 설매 雪梅 歲晩見걸難獨立/雪侵殘夜到天明/儒家久是孤寒甚/更爾歸來更得淸 눈 속의 매화 한 해가 저물어 홀로 서기 어려움 알겠는데/새벽부터 날 샐 때까지 눈이 내렸네/선비 집 오래도록 매우 외롭고 가난했는데/네가 돌아오니 다시 조촐하게 되었구나
73. 상국 霜菊 薄露疑寒菊萬鈴/活香多處最中庭/高堂綵舞重陽節/人面橫斜酒面淸 박로의한국만령/활향다처최중정/고당채무중양절/인면횡사주면청
서리 속의 국화 찬 국화 만 송이에 얇은 이슬 맺혔는데/짙은 향기 가장 많은 곳 뜰 한복판이구나/높은 집에서 채색 옷 입고 춤추는 중양절에/사람 얼굴 술잔에 비스듬히 비쳐 맑구나
74. 분연盆蓮 上園休許小桃誇/ 裡誰知君子花/留得小盆涵養意/暗香將月夜深和 상원휴허소도과/어리수지군자화/유득소분함양의/암향장월야심화
화분에 심은 연꽃 상림원 복사꽃이 자랑하는 것 인정 마소서/진뻘 속의 군자다운 꽃을 누가 알리오 조그만 화분에 담아 함향하는 뜻은/은은한 향기 깊어야 달빛과 어울리기 때문이라네
75. 안의 옥산동3 遊安陰玉山洞 又 春風三月武陵還/霽色中流水面寬/不是一遊非分事/一遊人世亦應難 춘풍삼월무릉환/제색중류수면관/불시일유비분사/일유인세역응난 안음 옥산동에서 놀며 - 다시 또 한 수 삼월 봄바람 무릉환원 속에 노니나니/개인 하늘빛에 시냇물도 넓구나/한 번 노는 것 내 분수에 넘치는 일은 아니라도/인간 세상에서 한 번 놀기는 응당 어려우리
76. 만성4-반일 漫成4 - 半日 半日雲中是赤城/一生難許入承明/方知巢許無全節/自是箕山做得成 반일운중시적성/일생난허입승명/방지소허무전절/자시기산주득성 되는 대로 이룸 구름속의 반나절 여기가 신선 세계/한평생 승명전 들어가는 건 허락하기 어려워라 이제 막 알겠노라 소부 허유도 온전한 절개 없다는 사실을/이들로부터 기산이 만들어졌으니
77. 무명화 無名花 一年消息管多時/名與香埋世不知/摠是名香爲己累/洛陽曾得機人歸 일년소식관다시/명여향매세불지/총시명향위기누/낙양증득기인귀 이름 없는 꽃- 건숙에게 부친다 한 해의 생장과 소멸을 한참 동안 맡았지만/이름과 향기는 묻혀 세상에선 모른다네/이름과 향기는 본디 자신의 누가 되는 것/서울에서 일찍이 몇 사람이나 돌아올 수 있었던가 78. 산해정고우 山海亭苦雨 山居長在晦冥間/見日無期見地難/上帝還應成戌會/未曾開了半邊顔 산거장재회명간/견일무기견지난/상제환응성술회/미증개료반변안 산해정 궂은비 속에서 산 속의 거처 늘 어둑어둑한 데 있기에/해를 볼 기약 없고 땅을 보기도 어려워라/하느님은 도리어 경비를 단단히 하여/얼굴 반쪽도 일찍이 열어 보인 적 없다네
79. 만성5-취사 漫成5 取舍人情不足誅/寧知雲亦獻深諛/先乘霽日爭南河/却向陰時競北趨 취사인정불족주/영지운역헌심유/선승제일쟁남하/각향음시경북추 되는 대로 이룸 취했다 버렸다 하는 세상 인심 나무랄 것도 못되지만/구름마저 그처럼 아첨할 줄 어지 알았으랴/먼저는 개인 날을 틈 타 다투어 남쪽으로 내려왔다간/날이 흐리면 다투어 얼른 북쪽으로 내달으니 (다른 번역) 만시 취했다가 버렸다가 하는 인심 책망할 것도 못 되지만/구름도 대단한 아첨 바칠 줄 어찌 알았으리요? 개인 해를 타고서 다투어 남쪽으로 내려왔다간/흐려진 때엔 도리어 북쪽으로 치닫네.
80. 상자 喪子 靡室靡兒僧似我/無根無 我如雲/送了一生無可柰/餘年回首雪紛紛 미실미아승사아/무근무체아여운/송료일생무가내/여년회수설분분 * 靡 - 쓰러질 미 (靡寧:어른이 병으로 편하지 못함) 아들을 잃고서 집도 없고 아들도 없는게 중과 비슷하고/뿌리도 꼭지도 없는 이내 몸 구름 같도다/한평생 보내자니 어쩔 수 없는 일/여생을 돌아보니 머리카락이 흰 눈처럼 어지럽도다
81. 기서사옹 寄西舍翁 萬疊靑山萬市嵐/一身全愛一天函/區區諸葛終何事/膝就孫郞僅得三 만첩청산만시람/일신전애일천함/구구제갈종하사/슬취손랑근득삼 嵐 - 산기운 람 (晴嵐:화창하게 갠 아지랑이) 서쪽 집 늙은이에게 부침 만 겹의 푸른 산 곳곳에 아지랑이/이내 몸 하늘만 보이는 골짜기를 전적으로 사랑한다네 째째하다 제갈량은 끝내 무슨 일로/손권에게 무릎 굽히고 나아가 겨우 삼국이 되게 하였나
82. 화풍월헌운 花風月軒韻 畵閣東邊鎭一頭/浩風飜了桂宮秋/請看老蛤藏明月/爭似高堂有莫愁 화각동변진일두/호풍번료계궁추/청간노합장명월/쟁사고당유막수 풍월헌 시의 운자에 화답함- 진사 하인서의 당호이다. 진사는 아들 락과 항을 두었다. 선생께서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시의 뜻은 이들을 가리킨다'하셨다 단청한 집이 동쪽으로 눌러앉았는데/시원한 바람 살랑이는 달 밝은 가을/보게나, 오래 된 조개 명월주 간직한 것이/좋은 집에 큰 근심 있는 것과 어떠한지를
83. 차양산쌍벽루운 次梁山雙碧樓韻 綠水靑 銀箭流/落來寒葉桂殘秋/無人醬去良州干/滿目歸雲不滿愁 녹수청당은전류/낙내한엽계잔추/무인장거량주간/만목귀운불만수 양산 쌍벽루 시의 운자를 따라서 푸른 물 푸른 대나무에 세월이 흘러/지는 달 아래 차가운 잎 떨어지는 가을/양주 강가엔 제사지내는 사람 없는데/눈에 가득한 돌아가는 구름 그렇게 시름겹지는 않네 84. 증성중려1 贈成中慮1 三行信字三年面/細細看來細斷神/生活死休俱可己/兩家寒 兩何人 성 중려에게 줌1 세 줄의 편지는 삼 년 만에 본 얼굴인 듯/찬찬히 보니 아주 마음을 안타깝게 하네/살고 죽는 건 말할 것이 없지만/두 집 식구들 굶주림과 추위에 떠니 두 사람은 무얼 하는 사람인지
85. 증성중려2 증성중려 - 다시 한 수 천 겹의 주름 그대 때문 아니요/한평생 우정은 거의 삼산에 있네/구름 깃든 모악에 싸리 갈라섰는데/이 밖에 나그네 궁함은 모두 관계치 않는다네
86. 화청향당시 和淸香堂詩 四同應不在新知/擬我曾於鍾子氣/七字五言金直萬/傍人看作一篇詩 사동응불재신지/의아증어종자기/칠자오언금직만/방인간작일편시 청향당의 시에 화답함 네 가지가 같아 웅당 새로이 안 사람과는 달라서/나를 일찍이 종자기에 견주었었지/칠언시 오언시가 만금의 가치가 있건만/곁의 사람은 한 편의 시로만 간주하는구나 87. 증오대승 贈五臺僧 山下孤村草掩問/上人來訪日初昏/愁懷設罷仍無寐/月滿前溪夜欲分 산하고촌초엄문/상인래방일초혼/수회설파잉무매/월만전계야욕분 오대사의 중에게 씀 산 아래 외로운 마을 풀 덮인 문에/날이 막 어두워질 때 중이 찾아왔구나 시름겨운 마음 다 이야기하고 나서 잠 못 이루는데/달빛은 앞 시내에 가득하고 밤은 이슥했도다 - '혼(昏)자가 어떤 데에는 '훈'자로 되어 있다
88. 제문견사송정1 題聞見寺松亭1 袖裏行裝書一卷/靑鞋竹杖上方西/遊人末釋無名恨/盡日山禽盡意啼 수리행장서일권/청혜죽장상방서/유인말석무명한/진일산금진의제 * 鞋 - 가죽신 혜 (竹杖芒鞋 : 미투리) 문견사의 소나무 정자에 씀 행장은 소매 속의 책 한 권/푸른 신, 대 지팡이로 절간 서쪽으로 오른다/나그네는 이름없는 한을 풀지 못하는데/산새는 종일토록 뜻을 다하여 우는구나
89. 제문견사송정2 題聞見寺松亭 - 又 雲袖霞冠尊兩老/常瞻長日數竿西/石壇風露少塵事/松老巖邊鳥不啼 문견사의 소나무 정자에 씀 - 다시 한 수 구름 소매 노을 갓의 두 늙은이/긴 해 서쪽으로 몇 발이나 남았는지 늘 바라본다/돌 제단 바람 이슬에 티끌 세상의 일 적어/늙은 솦 바위 가에 새도 울지 않네 90. 무제5 - 평야 無題5 平野遙靑冠岳産/祖江漫汗海西間/楊花吹盡芳洲岸/睡到漁常燕語竿 평야요청관악산/조강만한해서간/양화취진방주안/수도어상연어간 제목 없이 평평한 벌판 멀리 푸르른 관악산이요/조강은 질펀히 서쪽 바다로 흐르네/향그런 모래톱 가엔 버들꽃 바람에 다 날아갔는데/낚시꾼은 낚시터에서 졸고 낚시대엔 제비 지저귀네 91. 야옹정 野翁亭 雷龍溪下野翁潭/無處春山不好嵐/只負主人留扁意/老星元是在天南 뇌룡계하야옹담/무처춘산불호람/지부주인유편의/노성원시재천남 * 嵐 - 산기운 람 (晴嵐 : 봄날의 아지랑이) 야옹정 - 단성에 있다 뇌룡산 아래 야옹담이 있는데/봄 산 아지랑이 좋지 않은 곳에 없도다/다만 현판을 남긴 주인의 뜻을 저버렸나/노인성은 본디 하늘 남쪽에 있나니
92. 재분성문타맥성 在盆城聞打麥聲 過午陽和醉似濃/萬條楊柳一邊楓/幽人解讀全陽子/打麥猶聞聲在空 * 분성 : 김해의 옛 이름 분성에서 보리 타작하는 소리를 듣고 한낮이 지나자 햇볕 취한 듯 짙은데/수많은 버들 가지에 바람이 한 번 지나누나/숨어 사는 사람 전양자를 읽을 줄 아는데/그래도 공중에서 울리는 보리 타작 소리를 듣는다
93. 화상현좌1 和上賢佐1 之子相逢己白頭/草堂聞說在深幽/遊人解佩慙無分/祗倚歸雲送送眸 현좌에게 화답하여 올림 이 사람 만나니 벌써 흰 머리일세/듣자니 초당이 깊숙이 있다는구려/나그네 방문할 인연 없는 게 부끄러워서/다만 돌아가는 구름에 의지하여 눈길 보내노라
94. 화상현좌2 和上賢佐 - 又 若水看來豆子新/己君忘我我忘身/草堂生契山千疊/不是明時薄福人 현좌에게 화답하여 올림 - 다시 한 수 약수를 보니 콩 열매 새로운데/그대 이미 나를 잊었고 나는 나 자신도 잊었노라 천 겹 산 속에서 생활하고 있으니/그대는 태평한 시대에 복 없는 사람은 아니라네
95. 기황강 奇黃江 冥冥積雨窮深巷/門外桑麻沒得人/果腹열(口+壹목멜열)懷緣底社/不緣名利不緣貧 황강에게 부침 컴컴한 장마에 깊숙한 막다른 골목인데/문 밖의 뽕나무와 삼이 키 넘어 자랐네/배 부르고 가슴 막힘은 무슨 일 때문인지/명예와 이익 때문도 아니요, 가난 때문도 아니라네
96. 유황계증김경부1 遊黃溪贈金敬夫1 老夫頭面己霜乾/木葉黃時上得山/雙栢有枝柯幹浩/莫言庭際秀芝蘭 노부두면기상건/목엽황시상득산/쌍백유지가간호/막언정제수지란 황계폭포에서 놀 때 김 경부에게 줌- 김우굉의 자이다 늙은이 머리에 이미 서리가 말랐는데/나뭇잎 물들었을 때 산에 올랐노라/두 그루 잣나무의 가지와 줄기 좋으니/뜰에 지초와 난초 빼어났다고 말하지 말게나
97. 유황계증김경부2 遊黃溪贈金敬夫 - 又 莫恨秋容淡更疏/一春留意末全除/天香滿地薰生鼻/十月黃花錦不如 막한추용담경소/일춘유의말전제/천향만지훈생비/십월황화금불여 황계폭포에서 놀 때 김 경부에게 줌 - 다시 한 수 가을 정경 스산하다 한하지 말게나/봄이 남긴 뜻 싹 가시지는 않았다네/하늘 향기 땅에 가득 코에 스며 드니 /바단도 시월의 국화만은 못하다네 98. 죽연정차윤진사운1 竹淵亭次尹進士韻1 滄江流恨政沈沈/襟抱何會上得琴/沙鷗定應霜下宿/野煙無以認渠心 죽연정에서 진사 윤규의 시운에 따라서 - 고령 박윤의 강가 정자이다 창강 흐르는 한은 정히 깊다깊은데/회포를 일찍이 거문고에 올린 적이 있었던가/해오라비는 응당 서리 맞으며 자겠지/들녘 안개 속에 그 마음 알 수가 없네
99. 죽연정차윤진사운2 竹淵亭次尹進士韻 - 又 竹浸牛渚綠深深/若可消憂盡可斟/不釋春風無限恨/却成秋水送歸心 죽연정에서 진사 윤규의 시운에 따라서 - 다시 한 수 우제에 물 오른 대 푸르름 깊고 깊은데/시름을 녹일 수 있다면 잔을 다 따르련만/봄바람 속에서 무한한 한을 다 풀지 못하고/도리어 가을 물이 되어 돌아가는 이 마음을 전송하네
100. 죽연정차윤진사운3 竹淵亭次尹進士韻 - 又2 王謝風流數嶺南/多君諸子出於藍/獨憐幽竹亭爲號/其德元來不二三 죽연정에서 진사 윤규의 시운에 따라서 - 다시 한 수2 왕사의 풍류로 영남에서 손꼽혔는데/그대의 여러 아들들은 그대보다 낫다네/유독 그윽한 대를 사랑하여 정자 이름으로 삼았는데/그 덕은 원래부터 변함이 없더라 - '유(幽)'자가 더러는 '고(高)'자로 되어 있기도 하다 101. 죽연정차윤진사운4 竹淵亭次尹進士韻 - 又3 草堂高拂碧 /江燕差池雨打床/秩秩斯干兄及弟/晨昏家事在溫凉 죽연정에서 진사 윤규의 시운에 따라서 - 다시 한 수3 초당에 높이 스치는 건 푸른 대나무/강 위 제비 어지러이 날고 비는 평상을 때린다/넘실거리는 강가에서 우애 넘치는 형과 아우가/아침저녁으로 하는 일은 부모님 잘 모시는 일
102. 무제6 無題6 秋山何處不黃葉/江石雖昏猶白身 제목 없이 - 빠진 구가 있다 가을 산 어느 곳엔들 잎이 누렇지 않았으랴/강 가운데 돌은 비록 날이 어두워도 환한 모습이네
103. 무제7 無題7 - 又 紅葉滿山春有事/碧天流玉野升雲 무제7 붉은 잎이 산에 가득하니 봄이 뜻이 있는 듯/푸른 하늘에 옥이 구르고 들엔 구름 피어오른다
104. 제고병증자수질1 옛 병풍에 써서 생길 자수에게 줌- 자수는 이준민의 자이다. 예문관에서 조화 부리던 솜씨요/봉황각에서는 영인의 도끼라네 형양의 노인에게 묻노니/원룡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105. 제고병증자수질2 제고병증자수질2 옛 병풍에 써서 생길 자수에게 줌 - 다시 한수 강가 높은 성곽 오랜 세월 지났는데/윤주 온 마을을 볼 수 있구나/망루에서 보니 조수는 만리에 뻗쳤는데/봉래도가 세 언덕으로 되어 있구나
106. 재산해정차주경유운 재산해정차주경유운 산해정에서 주 경유가 지은 시의 운자를 따라서- 경유는 주세붕의 자이다. 훌륭하도다, 풍기 고을 원님이여/내 집 문에다 말을 매었도다/왕도를 상세히 이야기하여/지금도 세상의 존경을 받는다네
107. 다빈 다빈 어떤 사람에게 답함 병든 몸 기와 조각만도 못하건만/그대는 옥 병처럼 봐 주는구려/가을 바람에 서리 맞은 우물가의 귤은/바닷가 아니면 얻기 응당 어려우리
108. 기자수질 기자수질 생질 자수에게 부침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어머니와 동생/벼슬 구하는 뜻 결코 다른 데 있지 않다네/양주의 길에 서서/머뭇거리는 너를 어이해야 할지
109. 사삼족당 사삼족당 삼족당이 유언으로 해마다 보내 주라 한 곡식을 사양하며 사마광 한테서도 받지 않았나니/그 사람이 바로 유도원이라/그래서 호강후는/죽을 때까지 가난을 말하지 않았다네
110. 봉화건숫 봉화건숙 건숙의 시에 삼가 화답하면서 김 태용에게 문안함 - 건숙은 성 대곡의 자이다. 마음으로는 이별하지 않았으니/꼭 얼굴 보길 생각할 것 없다네/말하고자 하나 도리어 할 말이 없나니/뒷날 기약한 때가 있기에 - 속리산으로 찾아가고 싶지만, 가을로 약속했기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111. 기근숙 기근숙 건숙에게 부침 형제처럼 떨어질 수 없는 친구는/삼산에 사는 김 태용이라/다짐한 약속 시들해지면 안 되나니/지난해처럼 못 가게 될까 걱정이네
112. 기몽증하군 기몽증하군 꿈을 적어 하군에게 줌 - 짧은 서문도 아울러서 - 을축년(1565) 8월 16일 꿈에 대사간 이중망을 나무 아래서 만났다. 정겨운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이군이 일어나 가버렸다. 내가 그의 소매를 잡고 짧은 절구를 읊어 주고서 작별했다. 꿈에서 깨어 더욱 괴로운 마음으로 지난 일을 회상하였다. 이제 다행히 하공을 만나니, 어제 꿈에 이군을 만난 것은 바로 오늘 하공을 만날 징조였다. 더욱이 정령이 아직 없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울면서 탄식하였다. 하공은 곧 대사간의 외손이자 나의 질서다. 나를 좋아해 항상 제 스스로 찾아왔고, 나도 이군과의 연고와 혼인 관계의 정의 때문에 마음이 무척 끌렸다. 그리하여 꿈에 한 말을 적어 그에게 주고, 또 꿈속에서 지은 시를 주었다. - 대사간의 이름은 림인데, 을사년(1545)에 화를 입었다. 하의 이름은 천서인데, 이공량의 사위이다. 나무 아래서 그대와 이별했는데/누가 이내 마음 같았는지/속은 탔지만 아직 죽지 않아/반쪽 껍질만 남아 있다네
113. 무제--우세 무제 - 우세 제목 없이 -우세 비가 산 아지랑이 싹 씻으니/뾰족한 봉우리 그림에서 보는 듯/저녁에 돌아가는 구름 낮게 깔리니/그 정경 절로 한가롭구나
114. 증행각성 증행각성 떠돌아다니는 중에게 줌 - 선생이 산해정에 있는데 어떤 중이 와서 뵈었다. 그가 온 곳을 물었더니, "삼각선에서 왔습니다."라고 했다. 하루 종일 머물러 앉아 있다가 하직하고 갔다. 그 다음날 이른 아침에도 또 왔다. 이렇게 한 지 삼 일 된 아침에 하직하면서 말하기를, "소승은 옛날 살던 산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하고는, 시축을 내밀면서 절구 한 수를 청했다. 선생은 젊은 날 삼각산에서 공부한 적이 있으므로, 중의 말을 듣고 옛날 엘에 느껴 이 절구를 지었다. 나도 한양 서쪽에 살면서/삼각산을 오갔었지/정녕 도로 말 부치노니/이젠 편안히 다리를 붙여야지
115. 증판서유길 증판서유길 판서 정유길에게 줌 그대 능히 북쪽으로 돌아가는데/산 자고새인 나는 남쪽에 산다네/정자를 산해라고 이름했더니/바다의 학이 뜰로 찾아오누나
116. 제강교다회연모정창 題姜郊多檜淵茅亭窓 강교의 다회연 띠집 창문에 씀 말을 돌리니 덩그런 집이 있는데/긴 강 가 고목 속의 터로구나/전생엔 동야의 몸이긴 해도/맑고 여윈 것은 아마도 같기 어려우리
117. 증최명원환송사산별 贈崔明遠환送蛇山別 사산으로 가는 최명원을 뒤좇아가 전송하면서 줌 사산 중턱에 사는 훌륭한 그대를/닭 우는 새벽에 이 늙은이는 그리워한다네/청컨대 양자강 물을 보게나/물결이 오래도록 쉰 적이 없다네
118. 무제 - 초룡 無題 - 草龍 제목없이 - 초룡 - 학록 오건에게 준 것 같다. 서른 알알이 포도/산뜻한 맛 마음과 입에 들어맞네/오랜 병에 낮잠 푹 잤더니/꼭 침을 쓸 필요 없어졌도다
119. 증산인유정 贈山人惟政 유정 산인에게 줌 돌로 된 물 홈통 위에 꽃 떨어지고/옛 절 축대엔 봄이 깊었구나/이별할 때를 잘 기억해 두게나/정당매 푸른 열매 맺었나니
120. 증최현좌
증최현좌 최현좌에게 줌 안개와 구름 낀 금적산 골짝에서/그대 만나니 두 줄기 눈물 흐르네/그대 뼈에 사무치는 가난이 가련하고 내 머리칼은 온통 눈 빛이라 한스럽도다/푸른 나무엔 비가 막 지나갔고/노란 국화는 바로 가을을 만났구나/산에 돌아와 환한 달을 끌어안고서/ 혼과 꿈을 한가함에다 부쳤다네
121. 증성동주 贈成東洲 성동주에게 줌 - 성제원의 호이다. 조그마한 고을이라 볼 사무 별로 없어/때때로 술 취한 세계에 들 수 있다네/눈에 완전한 소가 보이지 않는 칼솜씨를/어찌 닭을 잡다가 상하겠는가
122. 중이 둥근 부채 보내 준 것에 사례함
일찍이 지팡이를 날리며 방문했기에/더할 나위 없는 부지런함에 매우 감사했다오/다시 덩그런 부채 보내 오니/달을 쪼개어 가져온 듯하구나
123. 증김열 贈金烈 김렬에게 줌 요임금 순임금은 나면서부터 안 성인이고/그 밖에는 배운 뒤에 안 현자라네/지금 그대는 나이 젊으니/ 옛 사람보다 더 나을 수 있다네
124. 서장판관의 書長判官衣 장판관의 옷에 씀 높은 산은 어찌 그리 높은가/눈초리가 찢어지도록 자세히 본다/하늘 끝 바다는 응당 만리나 되겠지/내일이면 꿈만이 서로 수고로우리
125. 기건숙 寄健叔 건숙에게 부침 이 사람 오봉루의 솜씨로/태평성대에도 밥 한 그릇 얻어 먹지 못하네/오래 된 조개에 명월주가 감추어져 있건만/왕은 어찌 가짜만을 찾아 쓰는지
126. 증오학록 贈吳學錄 오학록에게 줌 산 북쪽 절에서 잠시 만났는데/모두가 훌륭한 인물이었네/만난 뒤로 콩 열매 익어 가고/난초 떨기 대하니 나무를 생각하고/의리를 지키다 억울하게 당한 사람을 슬퍼한다/이름다운 손 대접할 게 없기에/남쪽 시냇가에서 마름을 캔다네
127. 만사 輓詞 황 승상의 후손이요/시가는 문벌 좋은 집안이라네/머리 하연 백 살 노친은 살아 있고/아리따운 두 딸을 남겨 두었도다/시냇가의 옛 집은 허물을 벗었고/새 무덤은 눈 속에 자리잡았네/산 양지 쪽에 나무꾼 다니는 길 있는데 맹상군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
128. 만박우후
輓朴虞侯 박우후의 죽음을 슬퍼함 오각산 세 봉우리 아래가/아! 그대의 문벌은 화려하였네/진한의 먼 후예요/조씨와 위양에서 나뉘었다네/기름 칠한 장막을 도후가 되어 덮었고/은천의 석 계륜이라네 /이웃집 방아에선 노랫소리 끊겼는데/쓸쓸히 산허리에 걸린 구름 129. 산사우음 山寺偶吟 산 속의 절에서 우연히 읊음/수풀 속 천 년 된 옛 절/사람은 외로운 학을 따라 찾아왔다네/중은 굶주려 아침 부엌 싸늘하고/오래 된 대웅전엔 밤 구름이 깊도다/봉우리 위의 달빛이 등불이요/물 속의 반듯한 돌에선 방아 소리가 나네/부처 앞의 향불은 이미 꺼져/보이는 것은 오직 식은 마음이라네
130. 영독수 獨樹 홀로 선 나무를 읊음 무리를 떠나 홀로 있노라니/비바람을 뱌스스로 막기 힘들도다/늙어 감에 머리가 없어졌고/상심하여 속이 다 타버렸네/아침에 농부가 찾아와 밥을 먹고/한낮엔 야윈 말이 그늘에서 배울 게 무어랴/다 죽어 가는 등걸에서 배울 게 무어랴/하늘에 올라가며 떴다 가라앉았다 하리
131. 봉삼산탁미정 삼산에 사는 탁이 어른에게 드림 녹문에서 방노인 만나 보니/자신도 잊고 나이도 잊었더군요/많은 선비를 만나 보았겠지만/허기진 듯이 저를 좋아하였지요/좋은 회포를 들판 바깥에서 풀었고/돌아가는 말 강변에서 쉬었지요/여쭙노니 삼산의 물이/지금은 몇 갈래로 되었는지요
132. 기대곡 대곡에게 부침 막 임금님 하직하고 초야로 올 적에/가을은 정히 구슬펐지/푸른 하늘의 구름은 나보다 먼저 갔고/제비는 그대와 함께 돌아갔도다/맺혀진 생각은 하늘의 은하수처럼 아련하고/남은 간장은 아녀자처럼 되었지/늘그막의 회포 웅당 좋으리니/무슨 일이 다시 이와 같겠는가
133. 서이황강정미 이 황강의 정자 문 위에 씀 두견새는 누구를 위하여 울부짖는가/외로운 꿈 짓지 못한다네/신세는 구덩이 속의 사슴과 같고/뜻을 펴거나숨어 지내는 것은 모래밭의 자라로다/풀 옆으론 많은 길이 나 있고/강가로는 오는 사람 적구나/겹겹의 파초 잎은/겉은 벌어져도 속은 벌어지지 않았네 134. 화건숙
건숙의 시에 화답하여 금적산 서재로 최 현좌에게 드림 금적산을 다 둘러보고서/물길 가가운 제일 좋은 곳 자리 잡았네/지대가 높아 뭇것이 아래 있고/정신이 고원한데 흔 조금 시름겹네/그대 집 아들은 젊잖디 젊잖고/내 벗의 배를 부르고 부른다/이내 회포 그리지 못하니/날이 갈수록 정말 아련하리라 135. 만정부인최씨 정부인 최씨의 죽음을 슬퍼함 당나라 최씨 노씨처럼 유명한 집안인데/추밀공이 다시 집안을 일으켰다네/우리 집안 사람과 인연을 맺었고/여러 산소엔 훌륭한 행적 담긴 비석 서 있네/부군은 훌륭한 주석지신이고/많은 자손은 나라의 간성이라네/남극성이 막 움직였지만/강 동쪽에선 밤이라 알지 못했는지
136. 만하희서 하희서의 죽음을 슬퍼함 팔십 년 한평생 부족한 건 아니지만/서로 안 것은 한바탕 꿈만 같도다/머리론 선비의 도를 받들고/입으론 한강의 물고기를 먹었지/그대 아버지는 단청을 잘하였고/여러 손자들은 예서를 좋아하누나/그대와 마주잡던 손으로/그대의 소매를 부여잡지 못하네
137. 만하희서2 하희서의 죽음을 슬퍼함 - 다시 한 수 내 친구 중요한 자리 오로지 하더니/하루 아침에 신선 세계로 건너갔구나/교목세가의 의형 남아 있지만/목소리와 숨결은 저녘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갔네/외로운 아들은 세 어진 신하의 뜻이 있고/조문하는 벗의 다섯 마리 말이 머물러 있네/그대가 돌아가는데 무엇을 줄꼬/한 쟁반의 인어 구슬이라네
138. 기자수질 생질 자수에게 줌 온갖 근심에도 눈은 멀지 않았지만/세상 만사에 조금도 관심 없다네/천리 밖에 사는 생질이/열두 성상 만에 돌아왔도다/궂은 장마에 석 달 동안 껌껌하고/외로운 꿈은 오경에 싸늘하네/방장산이 저버리지 않는다면/편지 전하기 다시 어려워지리 139. 강참봉만사 강 참봉의 죽음을 슬퍼하는 글 의례 삼천 가지를/오십년 동안 연구하였네/가시 섶 거듭 불타는 것 보았고/원추리 또 서리에 쓰러졌다네/밤이 다하는데 꾀꼬리가 울고/봄이 깊으니 두견새가 울부짖네/하늘에 하소연할 수도 없는데/군자다운 이 사람 과연 무슨 허물이던고
140. 송인숙 인숙을 보내며 절 이름은 동향사인데 그대는 서쪽으로 가니/한 해 동안 만났다 헤어진 것이 한평생 같도다/봄 깊은 지리산은 남쪽 바다와 먼데다가/한강물 서쪽으로 흐르니 물고기도 오가지 못하겠네 141. 정감사정종영견과 감사 정종영이 들렀기에 봉황새 높이 나는 데 바람 필요 없나니/감사로서 벼슬 없는 나와 어울리는구려/손님 대접에 좋은 음식 없다고 싫어하지 마소서/구름 낀 산 일만 겹이 소반에 비쳤다오
142. 송이견륜 이 경윤을 보내며 - 이희생의 자이다. 나그네 심희 물 같기도 하고 또 실 같기도 한데/하물며 산에 올라 그대가 떠날 때이랴/그대 한강 가에 이르면 늙은 나를 생각하겠지/물 가에 내 끼었을 적에 가을 생각 억제하긴 정말 어려워
143. 차우인운 친구의 시 운자에 따라 두둥실 버드나무 배에 목련나무 노를 저어/내 님은 어디메 있는가, 구름 저편에 있네/순채국과 농어회 속에 많은 뜻이 있으니/강동으로 가는 돛단배를 만나 물어 보소서
144. 증군호 군호에게 줌 매양 좋은 선물 받아도 보답하지 못하는데/아무것도 없는 집 경쇠 달아맨 듯하기 때문이라네/다만 늙은이의 생각을 털어놓고 싶지만/수레와 종이 없어 갇힌 듯이 앉았을 뿐
145. 독항우전 ‘항우전'을 읽고서 영웅이 죽어 가니 운수 없음을 알았지만/오추가에 이르러선 목이 메어 읽을 수가 없네/나무가 뽑히고 한낮에 어두운 건 하늘 뜻이 있은 듯하나/어찌하여 거듭 눈동자 둘인 사람을 낳았는지
146. 화근숙 건숙에게 화답함 머리가 빠지려 할 때 희끗희끗 눈발 벌써 날리는데/아마도 그대는 십 층이나 되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겠지/지금껏 난초 같은 선물 받지 않았더라면/늘 가난하여 배가 너무나 고팠을 건데
147. 영귤 귤을 두고 읊음 - 위 두연은 진사 어웅신이 지었고 아래 두연은 선생이 지었다. 옥 같은 가지 얼까 하여 온몸을 감쌌다가/노란 알맹이 보고자 한 쪽을 열었도다/맛이 너무 신 것이 꺼려지긴 하지만/거친 데 버려져서 상림원의 매실과는 다르다오
148. 기유계선어사공명월사독서 명월사에서 독학하는 유 계선과 어 사공에게 부침 이제 알았노라, 모였다 흩어지는 데 본디 마가 있다는 걸/그대 수레 여기 없으니 진실로 탄식스럽구나/겨울 밤 삼경녘에 글읽기를 끝냈을테지/과거에 합격하면 어떻고 떨어지면 어떠리
149. 화기송상 송 정승에게 화답하여 부침 - 이름은 찬이다. 천주봉 높은 멧부리 구름 속에 숨었다가/상공이 오니 얼굴을 드러내네/산골 늙은이 기장 술에 거나하게 취했는데/훌륭한 분 마주하니 정이 다함 없도다
150. 증박군사모 박사공에게 줌 해당화 져서 서리처럼 날리는데/그대 다정하여 향기 맡고자 하네/절묘한 그림이나 살아 있지 않으니/날아왔던 호랑나비 돌아가기 바쁘리라 161. 차경유운제 경유의 운에 따라 중의 시축에 씀 백운산 스님 신웅사에서 만나니/책을 펼쳐 시를 바치는구나/아침 해가 다시 시내로부터 골짜기로 나오는데/자는 구름은 어느 곳에서 돌아가는 스님을 재울는지
162. 증윤대련 윤대련에게 줌 합포 장군이 녹평을 지키고 있었는데/봄이 되자 고을 원 자리가 그대를 맞이하는구나/멀리서도 아노라, 집 뒤의 천 그루 소나무/지금도 내 눈엔 한결같이 푸르네
163. 증의춘졸 의령 현감에게 줌 비가 도화원에 지나가자 온갖 꽃이 시들었는데/꽃잎 띄워 흐르는 물줄기 정암호로 돌아드네/이 삶은 무슨 일로 모양이 늘 파리한가/식언을 하지 않으니 살이 찔 수가 없다네
164. 기하군려 하 군려에게 부침 자굴산 정기를 충분히 얻어서/그윽한 곳에서 물결 돌아 흐르는 것을 본다네/그대 청려장 짚고 방문한 것 위로하고자/신선이 다니는 길을 그대 위해 한 번 열겠네
165. 제산해정서대학팔조가후 산해정에서 [대학 팔조가]의 뒤에 씀 한평생 근심과 즐거움 둘 다 귀찮은데/선현들 있는 덕분에 깃발을 세워 두었네/저술하고자 해도 학술 없는 게 부끄러워/억지로 회포를 긴 말에 부치노라
166. 만진극인 진극인의 죽음을 슬퍼함 - 진극인은 본래 천령 사람인데 김해로 장가와서 살았다. 천령은 수로왕의 땅에서 아득하여/살아서는 신어산을 알지 못했더라/푸른 하늘에 뜬구름은 얽매임 없으니/그대 지금이 도리어 못하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167. 만강진사서1 진사강서의 죽음을 슬퍼함- 자는 숙규이다. 한밤중에 울부짓는 서절효/귀신도 그 소리 들었다면 응당 슬퍼하리라/쌀을 지고 천리 먼길을 오려 했건만/새벽 바람에 높은 나뭇가지 꺾이었구나
168. 만강진사서2 다시 한 수 면벽하듯 일찍이 남에게 얼굴 알리지 않았으니/털과 뼈 한혈구인 줄을 누가 알았으리오/거친 무등 마을에 그대 보이지 않으니/눈물 드리우고 동쪽으로 돌아오며 공연히 고개 돌리노라
169. 사이원길 이원길이 책력을 보낸 것에 감사함 동계를 향해서 새 책력 부치지 마오/오행 도는 것 산골 사람은 기억 못한다오/오직 칭 너머에 매화가 있어/눈 헤치고서 해마다 이른 봄을 알린다오
170. 무제-대학 제목 없이 [대학] 첫머리 열여섯 자의 말 반평생을 공부해도 그 근원을 만나지 못했네/여러 학생들은 총명을 충분히 타고났으니/시서를 요리하여 잘 응용하소서
171. 만하희서 하희서의 죽음을 슬퍼함 시서가 기업인 진사로서/광주리에 뽕만 따 담고 붉은 비단은 짜질 못했네/흰 머리 황관으로 상석에 추대되었고/높은 벼슬 자리를 덧없는 것으로 보았다네/탄식하는 노인들은 세 번의 고복 소리에 놀랐고/울부짖는 자식들 두 기둥 사이에 앉아 있는 꿈을 꾸었네/무덤 구덩이 깊은 곳에 한 줌 흙으로 남았기에/옹문의 사람처럼 날이 샐 때까지 눈물을 뿌린다네
172. 만하희서-반생 다시 한 수 반평생 촛불처럼 밝았건만 귀신이 시기하여/지금 보니 아홉 가지 복 가운데 수명만 길었다네/골짜기에서 잠자는 호랑이는 하나라도 적은 게 아니고/뜰에 빼어난 성한 난초 많아 셋이나 된다네/넉넉한 살림살이에 종 거느렸고/우애 있는 형제들과 효성스런 아들 있네/머리 돌리니 벗은 여기 묻히려는구나/가을이 저무는데 늙은이 회포 뭉클하도다
173. 함허정 함허정 - 김해에 있다. 신기루처럼 솟은 교룡의 집 들보엔 제비 없는데/허공을 머금은 채 곧고 바름을 본다/남쪽에 이름 난 크고 좋은 집이요/늙은 용 북쪽을 맡아 바람과 서리 많도다/우애 좋던 집엔 풍악 소리도 그쳤고/서왕모의 못가엔 은하수가 서늘하네/쓸쓸한 생애는 줄어든 차가운 물과 같기에/한을 묻어 버리고자 잔 길에 끌어당긴다
174. 만정부인최씨 정부인 최씨의 죽음을 슬퍼함 고명한 집안을 귀신이 엿보아서/대부의 벼슬이 막 왔다가 다시 가버렸다네/문백의 형제는 백골이 부러졌고/자고의 얼굴은 황리가 썩은 듯/봉분은 큰 새가 내려앉은 듯 손님이 모였음을 보겠고/무덤은 소가 잠 자는 듯 복을 내림이 더디구나/내 아버지 내 아들을 응당 만네게 될텐데/삼가 소식을 전하노라면 눈물이 이리저리 엉키겠지요
175. 죽연정증 죽연정에서 진사 윤구에게 줌- 자는 문로이다. 문로의 재주와 명성 일류인데/전날 터잡아 지은 집 깊고도 그윽하다/천성이 자연을 즐겨 깃들어 숨을 만하고/몸은 관복을 싫어하여 벼슬살이하지 않네/꿈속에서 찾아가고자 해도 중간의 길 모르겠고/편지 전하기 어려워 삼 년이나 소식 몰랐지/명리의 마당에서 묵은 빚 이제 모두 던져 버렸지만/늘그막의 세월은 또한 멈추질 않는구나
176. 죽연정차 죽연정에서 문로의 운에 따라 - 박윤의 환갑 때 가야산 물이 멀리 백 리를 흘러오니/낙동강 물의 신은 너와 더불어 깊고 그윽하도다/이리저리 어지러운 깃 같은 건 은어 갇힌 그물이요/높게 낮게 나는 실 같은 건 아지랑이 하늘거리는 것/허연 머리에 이끼 깊어 세월이 많이 흘렀고/가시나무 꽃 향기 나니 나이 젊다네/늙어 자연 속에서 살다보니 이익에 깨끗하여/소식 황정견처럼 열흘 동안 머물지 못한다네
177. 강누 강가 누각 불 땐 음식 먹던 당시엔 속기 다 없어지지 않았고/지리산으로 돌아와 다시 남쪽으로 갈 일을 도모한다네/맑은 강 고요한 밤은 선성 태수 사조의 시구 같고/외로운 학이 배를 스쳐감은 소동파의 적벽부 구절 같네 /관에서 닦은 십리 길 가 버들 푸르른 빛이 물 속에 잠겼고/연이어 들리는 우레 같은 북소리 파란 하늘에 닿았네/뜬 구름 같은 인생 세상사 모두 꿈 같으니/내일이면 사립문이 정말 쓸쓸해지겠구나
178. 제송씨림정 송씨의 숲 속 정자에 씀 초당 앞으론 마장산이 갈라져 나갔고 높다란 가시나무 꽃은 다섯 줄기가 이어졌네/감악산 동쪽 푸르러 북쪽을 바라보면 아득하고/황매산 서쪽 검어 남쪽 하늘을 숨겼네/시내에 개 짖는 소리 들리니 시내 따라 집이 있고/산에 고기 비늘 같은 것 물 댄 논이라네/손과 주인 인척간인데 한 사람은 젊고 한 사람은 어른/바깥 사람들은 때때로 무릉도원이라 부른다오 - 마장은 산 이름이다. '빈주'가 어떤 데에는 '붕주'로 되어 있다.
179. 제정사현객청 정사현의 객청에 씀 녹라지 수면에 빗방울 떨어지는 자국/먼 묏부리 안개에 잠겼고 가까운 묏부리 어둑어둑하네/만 년이나 된 소나무 나지막하게 물을 눌렀고/나무는 삼대를 지나 비스듬하게 문을 가렸네/가야 옛 나라의 산에는 무덤만 늘어서 있고/월기 황량한 마을 없어진 듯 남아 있도다/여린 풀은 파릇파릇 봄 빛을 띠었는데/해마다 한 치씩 혼을 녹이는구나
180. 제방음현 방응현의 풀로 이은 정자에 씀 - 방은 남원 사람이다. 방 노인 잡안 명성, 해동에 드날렸는데/내손은 원래 당나라에서 왔도다/어린 나이의 아름다운 자식은 둘도 없는 옥이요/많은 번성한 일가는 십 리에 뻗은 소나무라네/구름 갇힌 하늘엔 파란 빛이 짙고/바람에 흔들리는 천 그루 나무는 푸른 빛 싱싱하네/흰 옷 입고 늘 나물 먹는다고 싫어하지 말게나/소반에 비친 두류산 먹어도 다함 없다네
181. 증별대사 대곡과 작별하면서 줌 북문으로 나와 함께 한강을 건넜으니/세 가지는 같은데 성은 같지 않다네/굽이진 골짜기에서 학이 화답하는 것 일찍 바라던 바인데/다른 별자리 아래 천 리나 멀리 떨어져 길이 막혔구나/들판의 물은 동족으로 흘러 돌아오지 않고/변방의 구름은 남쪽으로 내려가 뒤좇을 수 없구나/뒷날 밤 꿈속에서라도 은근히 통하겠지
182. 기대곡 대곡에게 부침 만첩 깊은 산중 풀이 문을 덮었고/땅벌이 길 한가운데 새끼를 쳤구나/어험 소리 문득 급한데 놀라움 어찌 진정하리/늙은이 눈물로 마주보다가 한참 만에 말했었지/형제가 버리고 떠났으니 갈 곳이 없고/벗들은 쇠잔했는데 누가 생존해 있는가/외롭게 겨울 석 달을 붙어서 먹고 자내던 일/당시에 다 잊어버리고서 말하지 않았었지
183. 차호음제사미정운 호음이 사미정에 쓴 시의 운에 따라 세상은 잊었지만 아직 기심은 잊지 못했다네/깊은 골짜기 백 번 찾아와도 몸은 오히려 나그네고/높다란 집에서 반쯤 잠들었는데 꿈이 이미 기이하도다/병목 땅 저문 봄에 사람은 쇠잔해졌고/사천 가랑비에 냇물이 새로 불었도다/유후에 봉해지려는 계책 장량이 하찮게 여겼겠는가/한낱 서생의 뜻도 여기에 있다네
184. 차호음제-료학 요동의 학 다시 왔으니 많은 세월 흘렀고/옛 정자 물 서쪽 가에 오래도록 서 있네/남명의 대를 이을 일, 석 달 된 아이에 달려 있고/강태공의 공명은 한 낚시터의 낚시대에 있네/향긋한 풀은 나그네의 한을 몇 번이나 녹였던가/높은 산에서 젊은 여인의 노래를 늘 그리워하였다네/황소 옆구리 같은 두류산을 열 번 돌아보았으니/분명 전생의 인연이건만 아직 돌아가지 못한다네 185. 무제-사간 제목 없이 이 물가에서 날마다 즐거워 마음 거스르는 일 없다네/이를 버리고 천리를 말하는 건 기이할 게 못되리/지리산 삼장의 거처 그럴듯하고/무이구곡의 물은 어련하도다/잘 바른 담장도 기와 오래 되니 바람에 으스러지고/돌길 이리저리 갈라져도 말이 절로 아는구나/허연 머리로 다시 오니 옛 주인이 아니로세/한 해 봄이 다 가는데 [무의]를 읊조린다
186. 차방백운 방백의 시운에 따라서- 정종영이다 오십육 년 동안 좋은 소문 듣고 놀래 왔는데/아련한 신선 사는 집 뜰의 가을을 느낀다네/대신의 높은 절개 바야흐로 쉬지를 못하고/풀에 맺힌 이슬같은 남은 혼 오래도록 수습하질 못해 /북두성 빛나는 높은 하늘의 물방울처럼 기억되고/바람 서리에 백 번 변하여 이 한 몸 남았다네/그대가 마음 노력 대단히 한다는 것 알고 있으니/정녕코 상류에서 물러나기를 권유하노라
187. 차묵재음 묵재가 읊은 시의 운자를 따라서 - 이문건의 호이다 영고성쇠는 모두 천지조화에 달린 것/쫓겨났다고 어찌 일찍이 원망했었던가/상수 신령의 비파 소리에 달은 곱게 외로운 그림자 비추고/초강이 구름 띠어 구의산이 아름답구나/뇌룡정은 멀어 보이지 않고/휴수는 읊조리는 데 흥이 많구나/늘 시 지을 거리 없어 술도 마시지 못하니/태상의 관원도 내게 견주면 재계하는 것 아니라네
188. 차휴수음 휴수가 읊은 시의 운자를 따라서 - 이문건의 자이다. 그대 자신의 일 도모하기에 서툰 줄 아는데/그게 바로 우리 유가의 높은 경지라네/그날 임금님의 명령 대궐에서 내리더니/지금은 초야에서 값 오른 땔나무와 양식 구한다네/교유하던 사람들은 문득 임금의 신임 받는 신하 되었는데/홀어미는 오히려 칠실의 걱정이 깊도다/배 대는 곳에는 십 년 된 묘소 아득한데/풍상 겪을 것을 생각하여 마지않는구나
189. 명경대-고대 명경대 높은 대 누가 공중에 솟게 했는지/당시 오주가 부러져 골짜기에 박힌 것이리라/창공이 저대로 내려오는 것 허락지 않아/양곡을 다 볼 수 있도록 하려 한 것이리/속인이 이르는 것 싫어해 문 앞에 구름이 드리우고/마귀의 시기가 두려워 바위를 나무가 에워쌌도다/상제에게 빌어 주인 노릇 해볼까 해도/은혜 융성한 걸 인간 세상에서 질투하니 어쩔 수 없네
190. 사마소연 사마소의 잔치- 김해에서 요동의 학 아련하여 나그네 감정 구슬픈데/들 안개 자욱하여 옛 나라는 깊이 잠겨 있네/수로왕이 탄강한 구지붕은 성 북쪽에/옛 모습 그대로요/서불이 간 대마도는 해 남쪽으로 맑구나/높은 집에서 비파 연주하여 양주곡이 무르익고/아름다운 술 차가워지니 옅은 안개 생기는구나/올해는 지난해의 한스러운 일 짓지 말지어다/동지인 내일 아침이면 책력풀이 한 잎 또 나겠지
191. 차서화담운 서 화담의 시운에 따라서 가을 강 부스르비 낚시 드리움직하고/봄 들자 산고사리 돋아나니 가난하지 않다네/일편단심으로 이 세상 소생시키고자 하는데/누가 밝은 해를 돌려 이내 몸 비춰 줄런지/시내에 가 거울 닦으니 번쩍번쩍 때 없고/달 아래 누워 시 읊조리니 신나는 흥취 있네/뜰의 매화가 나무에 가득 필 때를 기다려/한 가지 꺾어서 멀리서 온 사람에게 보낸다
192. 제완구정 완구정에 씀 - 영천에 있는데, 조랑 안증의 강가 정자이다. 대책 늦게 올리는 것 금마문에서 어찌 탓하랴/이 강에 주인 없다면 또한 옳지 못하리/거북 구경하는 건 수양하는 일이고/술 마실 때가 득이한 때라는 걸 바야흐로 알았도다/동쪽 들은 강가로 뻗어 아득하고/북쪽 산은 해 쪽으로 달려가는구나/한 줄기 졸졸 흐르는 물 강물과 어우러졌으나/만 길 운문산의 기이함만은 못하다네
193. 제완구정제영후-인간 완구정 제영의 뒤에 씀 - 선위사 이산해 지음 인간 세상에서 다투어 봉황음을 읊조리니/그로 인하여 한 글자가 만금 가치 있음을 알겠구나/가마를 들고자 하나 어찌 쉽게 되겠는가/쌍계 아득한데 푸른 구름 깊구나
194. 호접루 호접루 - 단성의 강가에 있는 누각이다. 길 가는 많은 사람들이/즐겁게 훨훨 날더니/별안간 모두 나비 아니더라/오직 먼 길만 있기에/물가에 다달아 돌아가는 사람 보낸다
195. 제영양채련당 영양의 채련당에 씀 대들보는 목란이요 강가엔 옥 같은 모래/푸른 들 파아란 내 모두 어떠한가/좋은 향기 하늘에 알리고 싶으나/땅에는 먼지와 놀 아득하구나
196. 증성중려-촌화 성 중려에게 줌 시골 꽃 절로 피었다 지고/들에는 처녀들이 나물 캐며 노래하네/밤새도록 앉았다 일어나도/이내 뜻을 봄은 알지 못하는구나/오늘 아침에 제비 돌아왔건만/친구는 아직도 금릉 땅에 있네
197. 봉상중옥장 중옥 어른께 드림 - 성 창송의 자이다. 대마도 바다는 /노인성이 뜨는 끝이요/파주의 강물은/직녀가 빨래하는 곳이라네/그대 멀리 떨어져 있어도/그 도를 걱정하는구나/언제나 만나 볼 수 있을까/꿈에서나마 만나 놀았으면
198. 증석천자 석천자에게 줌 - 임억령의 호이다. 지금 세상에 석천자 있는데/그 사람됨 옛날의 남은 절개라/연꽃은 모두 훤칠하고 얽매이지 않은데/어찌 크고 작은 걸 차별하여 말하랴/옛날 나를 찾았지/산해정 조그만 집으로/콩이 익을 그 무렵에/덕망 있는 군자를 동서로 벌려 앉았지/석천의 천 알의 귤/단 알을 깨무니 향기 혀에 가득하도다/돌아와 꽃 키우는 일을 일삼으며/그 처신 변치 않는구나/비록 굶주려도 말을 삼키질 않으니/사람들 사이에서 말썽이 없도다/그대의 현명하고 편안한 훈계 높게 치나니/사무치는 그리움 풀 길이 없네
199. 제삼족당 삼족당에 씀 하늘 나라 같은 운문산 굽이요/인간 세상 녹문의 사람이로다/곁에서 보니 온갖 것이 다 충족한 듯한데/뜻대로 된 것으로 세 가지만 꼽는구나/백성들이 복이 없기 때문에/이 사람이 누런 배빛이라네/나그네는 돌아가지 않고/상서러운 집에서 열흘을 묵는다네/사람은 서울로 향한 길을 가고/강물은 물의 신 있는 남쪽으로 흘러드네/창 앞의 나뭇잎은 아가씨보다 여리어/방안의 텅 빈 기운을 없애 주누나/봄철이라 하기엔 맞지 않은데/강 서쪽에선 다만 두견새 소리 들리네
200. 취증숙안 취하여 숙안에게 줌 다른 사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니/그 마음속은 물과 같다네/혹 진흙 속에 빠졌을 때/주재함이 없다면 어찌 지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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