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대한민국 영토의 동쪽 끝---울릉도,독도 사진 기행...5. 독도에 서고 울릉도에서 일출보고...
벌써 추석이군요...
울릉도의 풍경들을 올려 놓은 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서 이야기의 맥이
끊어진 것 같아서 유감이긴 하지만 월급쟁이의 일정은 나의 관리하에 있지
않음을 핑계삼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독도에 관한 이 글을 기다렸을 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사과 겸해서 말머리를 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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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토의 동쪽 끝---울릉도,독도 사진 기행...5. 독도에 서고 울릉도에서 일출보고...
독도.
한민족에게 독도는 백두산과 천지, 한라산과 함께 하나의 신화이다.
묘하게도 이 세 신화는 국토의 세 꼭지점을 이루고 있다.
그 중의 하나. 동쪽 끝의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요, 단순한 영토의 개념을
훌쩍 뛰어 넘는 신앙과 같은 영역이 되었다.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하는 종교이자 지성소와 같은 존재이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Km.
망망대해의 외딴 섬. 독도이다.
날이 좋으면 울릉도에서 보이기도 한다는데
울릉도의 망향봉,독도전망대에 올랐을 때는 날씨도 좋았건만
독도 부근의 안개 때문인지 배율 20배 짜리 망원경으로도
독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독도를 가기위해서 묵호에서 쾌속선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던 오후.
남는 시간을 아담한 카페 미코노스에서 보냈다.
그리고,
예정 도착시간을 훌쩍 지나 다섯시가 지나서야 도착한 배.
늦게 도착하고 늦게 출발한 배를 원망하며,
이 시간에 독도에 가서 과연 독도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보낸 두 시간 남짓의 쾌속선 안에서의 시간.
좌현의 앞 자리 현창가의 좌석에 앉은 나는 우현의 창문에 거세게
부딪혀 오는 파도를 보면서 그나마 좌현에 앉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거센 파도 때문에 상당히 많은 승객들이 멀미로 괴로워 하는 것을 보고
멀미와는 거리가 먼 튼튼한 내장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
어쨌든 창문의 뒷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저물어가는 해를 쳐다 보면서
어떻게든 빨리 도착하기를 비는 수 밖에 없는 나의 처지여...
하나 꼭 언급해야 할 것이 마침 이 날 독도 가는 길에 일본 요미우리 팀에
가 있는 국민타자 이승엽이 한일 프로야구 통산 400호홈런을 치는 것을,
그것도 1회 선제 홈런으로 치는 것을,그래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일본 야구계에 우뚝 서는 모습을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400호 홈런을 치는 이승엽...)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는 이승엽)
승객들이 모두 박수치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오늘의 우리들의 독도행에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이 미묘한 섬, 일본이 자기네 영토라고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해대는 이
미묘한 시기에 그들의 주장을 홈런 한방으로 날려버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정말 통쾌한 한 방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돌아오는 배에서의 401호 굿바이 홈런. 금상첨화가 아닌가...
90 Km가 채 되지 않는 거리로 봐서는 훨씬 빨리 도착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거친 물결을 헤치느라 그랬는지 두 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도착한 독도해역은
운이 나쁘게도 짙은 안개속에 파묻혀 있었다.
게다가 이미 어둑어둑한 상태로 되어 있었다.
울릉도에서의 맑은 날씨, 밝은 낮은 다 어디다 두고 하필이면 어스름에다
안개 자욱한 독도란 말인가?
이러다가 독도에 내려 보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독도는 커녕, 안개만 보다가 돌아가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약간의 동요 후에 배는 독도 선착장에 닿았다.
안개, 어두움...
그리고 허락된 선착장 근처의 좁은 행동반경...
그러나 사람들은 제각각 어두운 가운데서도 플래시를 터뜨리기 바쁘다.
나도 그 대열에서 빠질 수는 없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들이 다음 사진들이다.
안개 속의 독도의 어스름은 밝은 대낮이나 화창한 날의 황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귀기마저 느껴지는 바위며 물이며, 갈매기들...
사진을 보니 안개의 입자의 크기도 보통이 아니다.
상상외로 크게 찍힌 안개의 입자는 또다른 괴기성을 보여준다.
동도의 선착장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서도의 불빛 하나...
어민들의 숙소라는 것 같다.이 절해고도에 전기는 무엇으로 대는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사진을 많이 보여드릴 생각은 전혀 없다.
대신 이런 날, 이런 어스름 속에서 갔다온 독도는 이 다음 언젠가
다시 찾아 오게 하는 핑계가 될 것이다.
독도에서 돌아 오는 배 속에서도 여전히 멀미로 괴로워 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아까 이야기 한 대로 이승엽의 두번 째 홈런이 모든 것을 깨끗하게 씻어가는 것 같다.
게다가 뉴스시간에 특집으로 꾸며진 독도...
안개속의 독도 방문을 아쉬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 주고자 함인가?
울릉도의 일출...
울릉도에서 맞은 두 번의 아침 중에 적어도 한 번은 일출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원래 잠이 적은 나인지라 새벽부터 설쳐댔다.
피곤하다는 아내는 자게 놔두고 준비하고 나와서 도동 행남 해안 산책길로 향했다.
해안 산책길은 첫날 도착해서, 그리고 둘쨋날 시간이 좀 있어서, 두번 씩이나
가 본 길이지만 일출을 볼 수 있는 지점까지는 의외로 멀었다.
행여 일출을 놓칠세라 해안 절벽을 깎아 만든 산책로를 마구 뛰어서 겨우 잡은 일출..
역시 카메라를 새로 장만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울릉도의 일출은 독도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이른 시간에 보는 일출이다.
바다 한 가운데서 떠 오르는 일출.
그것도 국토의 동쪽 끝임에랴...
벅찬 감정이 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 일출과, 행남 등대 조금 못미친 해안 산책로의 절벽과 용암이 흘러 내려 굳은 바위,
그 틈틈이 자라는 해국, 섬초롱꽃.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모두 사진으로 남기고 나의 울릉도 여행을 마치기로 한다.
한 여름 2박 3일의 울릉도 독도 여행.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 정리하게 된 것이 어쩌면 더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가을에 한창 다가서는 이 계절을 잠시 뒤로 돌려 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