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그 타고난 재질이 따로 있고 그 성품도 다양하다면 자기의 재질이 어디 있고, 자기의 성품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 그 방면에 성과 의를 다하는 것은 우리 같은 화가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점, 지금부터 근 40년 전인 그의 나이 23세라는 약관의 시절부터 나의 문하에서 그림 수업을 시작하고 지금껏 나를 스승으로 알고 있는 혜촌 김학수에게서 제격이라고 보여진다.
20여 년 전부터 혜촌이 힘써 온 한국 역사 풍속화는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이 나라의 아름다운 풍물과 풍속을 담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을 예술성이 짙은 그림으로 해서 이를 후세에 전할 수 있다는 데 그 막중한 사명과 의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그림들과 달리 아름다움을 보는 눈과 손의 재주만으로는 아니 되고 현지 답사에 고증까지 곁들이고, 게다가 학문적인 뒷받침 위에 무엇을 전해야 할 것인가를 가려내야 하는 마음의 헤아림까지 있어야 하는 난관지사 중의 난관지사이다.
그리하여 일찍부터 그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단원이나 혜원 이래 그 일을 맡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던 터에 혜촌이야말로 그 일을 위해서 태어났고, 그 사명을 깨닫고, 그 일에 힘쓰고 있으며, 또 그 일을 능히 해낼 수 있는 오직 그 사람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