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나라’ 신기하게도 성장하는 비밀은…
In Spite of the Gods : The Strange Rise of Modern India
저자 Edward Luce 2006
신문영 베리타스북스 주간
입력 : 2007.07.20 10:32 / 수정 : 2007.07.21 08:06
이런 퀴즈 문제가 있다. ‘중국을 곧 추월해 세계 최대 인구를 떠안게 될 나라’ ‘일본을 앞지르는 경제규모를 갖출 나라’ ‘미국인들을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나라’…. 정답은 인도다.
인도의 엄청난 규모는 사람을 압도한다. 반면 인도는 숱한 모순덩어리로 사람의 입을 딱 벌리게도 만든다. 예를 들어 10억 인구를 이끄는 여자 수상을 두 번이나 선출했고 대기업 CEO 가운데 여성 리더들이 즐비하지만, 간통을 의심받는 것만으로도 돌팔매질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여성이 속출하는 나라가 인도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국가이지만, 국회의원의 20%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는 곳 역시 인도다.
이 책의 제목은 ‘In Spite of the Gods: The Strange Rise of Modern India’다. 굳이 번역하자면 ‘종교의 관습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일어서기 시작한 인도’쯤 된다. 저자인 에드워드 루스는 지난 5년간 파이낸셜타임스 인도 지국장으로 이 모순의 나라를 누비며 관찰한 취재파일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인도가 안고 있는 모순의 뿌리는 인도인들의 정신적 기둥 역할을 해온 종교적 관습이다. 힌두교와 불교를 비롯해 시크교, 자인교가 자라난 인도는 현재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 독립운동의 아버지인 간디는 종교적 신념에 뿌리를 둔 반면, 인도 독립을 쟁취한 지도자 네루는 종교를 혐오했다. 네루는 “종교의 굴레가 인도인들의 등골을 휘게 했을 뿐 아니라 창의성을 말살했다”고 인도의 종교를 비판했다.
글로벌 인도와 전(前)근대 인도가 공존하는 경제 역시 모순덩어리다. 타타스틸과 미탈스틸을 필두로 세계 철강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인도에는 뇌수술을 받으려는 아랍의 부호들과 골반뼈 재생 수술을 받으려는 영국인들이 찾는 첨단 병원이 있다. 지구 반 바퀴나 떨어져 있는 미국 보험가입자들의 고객서비스를 책임지는 콜센터가 즐비하다.
인도의 제약업계는 자체적으로 키운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신약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노동인구 4억7000만 명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서 일하는 100만 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농촌에서 일하는 4억 명이 만들어내는 가치보다 큰 현실은 암담하다.
중국에서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농촌 사람들이 대거 도시로 이주하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지난 15년간 개방정책에 힘입어 이룬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도시화 속도가 더디다.
인도에서 신이 내린 직업은 공무원이다. 관료들의 부패는 철저하게 뻔뻔스럽다. 오죽하면 ‘M+D=C’라는 공식이 있을까. 독점권(monopoly)에 재량권(discretion)을 더하면 부패(corruption)라는 공식이다. 저자가 눈을 씻고 찾아낸 청백리는 인도 최남단 도시 코친에 공항을 건설하고 흑자운영을 이룬 쿠리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관료였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깨끗하고 효율적인 공항을 짓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지만, 자신의 월급 200배를 뇌물로 제시하는 손길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끝내 유혹을 거절한 그를 정치보스들이 좌천시켰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운영을 타개할 구원투수로 그는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쿠리안은 민간부문이 발전하면서, 기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관료들의 부패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도 사회를 지배하는 코드는 신분을 세습하는 카스트인데, 인도 역사에서 카스트 제도가 항상 절대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중세 인도를 빛낸 아쇼카왕은 원래 노예계급 출신이었다고 한다. 지역적으로도 인도 북부에서는 카스트의 굴레가 더 심해서 천민계급의 문맹률이 50%를 넘는다.
그러나 타밀나두주(州)를 비롯한 남부지역에서는 카스트의 영향력이 비교적 약하고 따라서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인도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못하리라고 내다본다. 절대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3억 명이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창궐하는 AIDS를 비롯해 공공보건의 사각지대에도 손길을 뻗어야 한다. 또 아무도 돌볼 여유가 없는 환경파괴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저자는 인도가 당면한 도전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밉건 곱건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민주주의 정치라고 단언한다.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지역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브라질, 그리고 인도를 묶어 브릭스(BRICs)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국과 지리적으로 이웃해 있고 역사적으로도 오랫동안 부대끼며 살아온 중국을 빼면, 나머지 세 나라는 생소하다. 특히 인도에 관한 한국 사회의 이해는 소경이 코끼리를 더듬는 수준에서 겨우 벗어나 있는 정도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통해 듣는 인도는 기가 막힐 정도로 비합리적인 모습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한국을 대표한다는 어느 기업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을 나무라며 “김 대리, 다음에 또 실수하면 인도로 보내버린다”고 했다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는 인도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호흡을 길게 가지고 이 모순의 대국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7/20/20070720003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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