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들어차기 시작하는 아파트…주인잃은
망부석…
결국 봉분의 주인공도 먼 길을
다시 한번 떠났다.
수색에서 버스를 내려 화전을 지나다 마주친 ‘ㅇ’자 초가집.
어색하게 카메라를 마주하던 할머니와 손녀딸.
머리 위로 뚫린
초가지붕, 하늘, 새…
파헤쳐진 선산, 이장을 앞둔 이 무덤의 후손은 애꿎게 담배만 연신
물었다.
저 멀리
아파트들이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외로운 섬처럼 올라앉은 마을.
메워진 논두렁에 며느리와 함께 주저앉은 노파는
마실나온 것도 잊은 채
하릴없이 마을만
올려다본다.
은마아파트 앞 밭두렁. 대치동 토박이 아낙네들이 외출했다가 마을로
돌아오고 있다.
서울에서 성남과 광주를 오가던 버스 길.
88올림픽 개최가 결정되자 올림픽 촌을 건설했고,
이 자리는 현재 올림픽파크 호텔이
들어섰다.
아이를 하나씩 들처업고 저녁
마실나온 아낙네들.
등에 업힌 아이들은 이제 20대 중반이 되었겠지…
친구들아 어디갔니?
어느새 아스팔트 길이 나면서 친구들이 하나둘씩 동네를
떠났다.
돌담마을, 감나무집…돌담길 아래서 배시시 웃던 상고머리 소녀.
30대 중반이 되었을 그녀의 어릴적 집은…
맷돌에 두부콩을 갈고 앞마당에서 빈대떡을 부쳤다.
꼬마도 “할아버지 드시기 전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도대체 어떤날일까. 나뭇잎 툭툭 떨어지던 우물가에 모인 아낙네들이
부산하다.
정초가 가까운 어느 날, 눈이 소복 내렸다.
시집간 딸네라도 다녀오는지 머리에 보따리를 인 아낙이 동네
어귀로 들어선다.
동네 앞 넓은 샛강, 자갈밭,
귀가하는 소녀들…산자락은 그대로인데…
흙길따라 길게 뻗은 돌담, 봇짐을 머리에 이고 장을 오가는 아낙네들, 뱃속은
허허로웠지만 해지는 줄 모르고 함께 싸다녔던 코흘리개 친구들, 길가에 앉아 맷방석을 짜고 있는 노인의 굽은 등, 댓돌 위에 고무신, 수런수런
이야기 꽃을 피워낸 동네 우물가…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멀리서 아파트가 쳐들어 오고 있었다. 새벽별이 지면 동이 트던 동산도
아파트에 가려졌다. 나는 그날 망부석의 소리 없는 죽음을 보고 잠실 주변이 도시화해가는 모습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골목 풍경
사진작가 김기찬(66)씨가 서울 석촌동, 방이동, 오금동 잠실 주변과 수도권 일대의 ‘잃어버린 풍경’(눈빛출판사) 30년을 사진으로 담았다.
개발의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할 무렵인 20~30년 전 서울 강남 주변의 풍경은 정겹고 아름답다. 풍성해서가 아니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것은
그 시절의 가난이 아니라 가난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미덕”(소설가 공선옥)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하나둘씩 세워지면서
황폐해져 가는 강남의 마을들을 사진으로 돌이켜 보는 마음은 무겁다. 송두리째 잃어버린 그 풍경을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다시는 복원될 수 없는 꿈, 그러나 살아있는 한 열망할 수밖에 없는 꿈”
출처 : t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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