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女端坐形 예천 정사 묘 | ||||||||||||||||
정사의 묘는 여성을 닮은 산이다. 전체를 아우르는 수려하고 단정한 주산이 그러하며, 묘소가 들어선 혈처가 그러하다. 반대편에 있는 조산인 비봉산(飛鳳山)은 우람한 남성형이다. 마을 주민들은 탕건을 쓰고 버티고 앉은 남정네라 했다. 그렇다고 이 묘의 주산인 옥녀봉(太乙峰)이 나약하다는 말은 아니다. 작지만 들판에 우뚝 선 힘 있는 산이다. 주위의 산세가 모두 그러하다. 어디 한군데 험한 곳이 없다. 어머니와 같이 한없이 정겹게 느껴지는, 그런 부드럽고도 강건한 산이다. 남녀가 만나 짝을 짓듯 태을봉과 비봉산의 정기가 합쳐 정씨 가문을 조선조 명문(名門)으로 키운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 묘의 혈장은 여성의 하체를 닮았다. 쭉 뻗은 두 다리며 오목한 혈처가 영락없다. 흘깃 돌아다보는 남정네에게 치부가 보일까 부끄러워 청룡을 길게 끌어 가리기도 한다. 이는 여자에게 필요한 거문고다. 이른바 횡금안(橫琴案), 풍수용어로 청룡장안(靑龍長案)이다. 이런 국세에선 뛰어난 인물들이 속출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오목하게 파인 형태가 모두 혈(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곳은 그저 물길일 뿐이다. 반드시 돌출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오목함 속의 볼록하게 솟은 곳, 여기서도 적용되는 음과 양의 조화다. 정사의 묘가 그러하다. 전체적으로 오목한 가운데 그 중심, 묘가 들어선 부분은 남성의 하체를 닮았다. 이 묘의 음양배합은 어느 곳보다 긴밀하다 하겠다. 산은 물을 만나야 조화를 이룬다. 그것도 직선으로 흐르거나 치고 들어오면 재미가 없다. 둥글게 감싸 안듯 흘러야 한다. 이 묘의 바깥을 감싸 안는 물은 낙동강이다. 큰 명당에 큰 물인 셈이다. 비봉산 아래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낙동강은 말 그대로 환포다. 거기에다 단단한 토질에 꿈틀거리는 내룡맥(來龍脈), 청룡과 백호도 두 팔을 벌려 혈장을 잘 감싸고 있다. 이만한 길지(吉地) 조건을 갖춘 곳도 드물다. 그러기에 8대 명당에 든 것일 게다. 이 묘가 위치한 마을의 이름은 지보리다. 조금은 어감이 이상한 이 지명의 유래가 재미있다. 여자의 하체를 닮은 묘 주변의 생김새에 연유한다는 게다. 이것은 풍수학계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얘기다. 땅도 좋은 땅이 있고 나쁜 땅이 있다. 인간은 좋은 기운이 감도는 땅에서 살아야 하고, 죽으면 그런 땅에 묻혀야 한다. 그래야 자연과 인간이 교감이 된다. 발복(發福)은 그 후의 일이다. 하국근 희실풍수·명리연구소장 chonjjja@hanmail,net ▨ 정사 묘=부산 화지산에 있는 정문도(鄭文道) 묘와 함께 양대 정묘(鄭墓)로 일컬어지는 명묘(名墓). 예천군 지보면 지보리에 있다. 정사(鄭賜)는 조선초 예문관 직제학, 진주목사 등을 지냈다. 직계후손에서 13명의 정승이 난 것으로 유명하다. 풍수에서 옥녀는 젊은 여자, 천상의 여자이며 절세의 미인인 동시에 풍요와 다산을 나타낸다. 옥녀형국은 둥그스름하게 솟은 주산을 가지며, 혈장(穴場)은 여성의 하체형상을 띠는 곳이 많다. 이런 곳은 혈장이 오목한 모습이며, 와혈(窩穴)이나 겸혈(鉗穴)이 이에 속한다. 정사 묘는 통상 와혈로 보지만 주변 정황상 겸혈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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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2월 21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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