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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탁영금 - 거문고

회기로 2010. 1. 24. 20:04

 

 

 

 

국악박물관에서 떠나는  우리음악기행⑤ 

 

탁영김일손의 성정이 깃들인 탁영금

주재근 /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신진사류파 가운데서 문장으로 이름을 떨친 대표적인 학자로 김일손을 꼽을수 있는데 중국의 사신으로부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거두인 한유(韓愈)의 문장과 같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다른 유학자들이 어려운 수사나 용어로만 깊고 심오한 학문을 갈파하는 것에 반해 김일손은 유학자 자신의 내면부터 충실히 수양을 쌓아 본질 파악을 어렵게 하는 글을 멀리하며 솔직 담백한 글을 통한 유가의 교화를 이루도록 강조하였다.

 

국악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악기 가운데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1464-1498)의 거문고가 복

 

제 전시되어 있다.

 

 

예전 선비들이 올바른 학문과 삶을 위한 정신수양의 한 도구로 삼았던 거문고에 대한 여러 기록들이나 그림들은 이 곳 저 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전하는 악기를 볼 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비록 복제품이지만 이 악기를 통해 시?공간을 넘어 이 악기의 주인과 대면하며 예술세계를 나누고 싶어진다.

 

탁영금의 주인인 김일손은 대 유학자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의 문하에서 학문을 익혔으며 그의 문인들 이었던 김굉필(金宏弼, 1454~1504), 정여창(鄭汝昌, 1450~1504), 남효온(南孝溫, 1454~1492)등과 사상과 학문을 연마하고 예술적 교유를 하였다.

 

 

성종(成宗) 당시의 사상적 경향에 따른 문예(文藝)는 크게 개국초기부터 세조의 왕위를 도운 공신들을 주축으로 하는 훈구파(勳舊派)와 향촌에 기반을 가지고 있으면서 새로이 중앙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김종직 문하의 신진사류파(新進士類派)로 나뉘게 된다.

 

 

당시의 집권 문인층인 훈구파의 작품에서는 화려하고 기교적인 문체로 태평성세를 노래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유학적 왕도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신진사류파는 유가적 윤리의 실천을 중시하는 노래를 많이 남겼다.

 

 

신진사류파 가운데서 문장으로 이름을 떨친 대표적인 학자로 김일손을 꼽을 수 있는데 중국의 사신으로부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거두인 한유(韓愈)의 문장과 같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김일손은 유학의 기본적인 이념의 실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글의 내용이 수기치인(修己治人)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다른 유학자들이 어려운 수사나 용어로만 깊고 심오한 학문을 갈파하는 것에 반해 김일손은 유학자 자신의 내면부터 충실히 수양을 쌓아 본질 파악을 어렵게 하는 글을 멀리하며 솔직 담백한 글을 통한 유가의 교화를 이루도록 강조하였다.

 

특이함을 높이 치는 따위를 군자는 하지 않으니 정성껏 해서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는 자가 참으로 순리인 것이다.

立異以爲高 君子不取 而梱?無華者 眞循吏也


인간 마음이 여과없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악기 소리이기 때문에 김일손 또한 올바른 성정을 갖추기 위해 거문고 타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고대의 사람들은 거문고를 장만해 둔 경우가 많았는데 거문고로 그들의 성정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古人多置琴 以其能理其性情也


거문고로 평조(平調)나 우조(羽調)등으로 조율을 하고 당대에 유행하였던 여민락(與民樂), 보허자(步虛子), 만대엽(慢大葉)등의 가락을 타기 위해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데로 집중해 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선비들에게는 학문 정진만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거문고 타기인 셈이다.

 

거문고는 내 마음을 단속하는 것이니, 대를 만들어 높이는 것은 그 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琴者禁吾心也 架以尊非爲音也


이와같이 김일손은 글에서나 그림에서나 음악을 통해서 한결같이 마음을 다스리며 올바른 인간의 삶과 이상적인 사회 구현등 유가적 실천을 한 것이다.

 

 탁영 김일손의 거문고는 이제 옛 가락만을 간직한채 국립대구박물관에서 홀로 주인의 고귀한 사상적?예술적 견식을 그리워하고 있다.

거문고 중앙부분에 김일손의 호인 탁영을 따 탁영금(濯纓琴)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고, 학 그림이 거문고 아래쪽에 그려져 있다.

이 탁영금은 탁영(濯纓)의 17대 종손(宗孫)인 김헌수(金憲洙)선생이 소장(所藏)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1988년 6월 16일 국가보물 제951호로 지정되었다.

 

 

 

 

출처 : 국화처럼 향기롭게
글쓴이 : 김세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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