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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름다운 감동과 함께 하는 답사기행

회기로 2013. 3. 15. 09:54

아름다운 감동과 함께 하는 답사기행의 즐거움

   

   자연과 사회와 삶에 대한 반영이 언어를 통해 예술적으로 형상화(形象化)한 문학은 향기롭게 피어난 꽃처럼 화려하면서도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꽃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것을 받쳐주는 싱싱한 줄기와 잎, 그리고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튼튼한 뿌리가 있어야 하듯이 문학 역시 그 바탕에는 작품의 소재로 작용하는 자연과 사회와 삶이 만들어내는 역사와 그것을 일정한 시각과 이념에 따라 해석해내는 철학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편의 문학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함과 동시에 예술적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사람과 자연이 남겨놓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것을 해석해낸 작가의 철학적인 사고를 따라가면서 작품이 발생한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역사기행이나 문학기행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유적지라는 이름으로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역사적사실과 문학적소재가 태어나는 현장이 되는 수많은 역사, 문화적 현상들은 구체적 표현수단을 통해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것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잔잔하지만 힘찬 메시지들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수줍은 새색시처럼 함초롬히 서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메시지들을 제대로 읽어서 자신만의 감동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학습과 약간의 준비물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역사적 사실과 문학작품의 내용에 대한 학습이다. 자신이 답사하려고 하는 유적지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은 어떠하며, 그것을 소재로 한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버린 선묘낭자의 애달픈 사연을 담고 있는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부석사에 공포불(栱包佛)의 형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갔거나 면앙정(俛仰亭)이 서있는 자리가 천리를 가기 위해 날개를 펼친 학의 머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냥 정자에 올라갔다 온 사람과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그러한 형상을 확인하고 온 사람과는 답사기행에서 느낀 즐거움과 감동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해야 할 것은 답사할 대상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적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으로부터 받은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한 촬영과 메모 장비를 준비하는 일이다.

 

   사람의 기억은 정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확한 각도에서 잡아낸 이미지기록물과 그때의 느낌을 즉석에서 적은 메모기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지의 기록은 자신의 눈길과 발길이 머무는 매순간마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순서대로 촬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멀리서 본 모습과 가까이서 본 모습,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를 지날 때마다 자신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가장 알기 쉽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각도로 촬영을 하고 메모장에 기록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은 유적지의 내부로 들어가서 끝까지 답사를 한 다음 몸을 돌려 바깥을 향한 상태에서 촬영을 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무량수전 앞에서 남쪽으로 몸을 돌리면 영남으로 향하는 산들을 감싸고 피어오르는 구름의 모습이 푸른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와 같아서 육지용궁으로 불린다는 것은 안에서 바깥을 보지 않으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동인 것이다.

 

    역사와 문학에 대한 일정 수준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적당한 기록 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역사,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현장을 찾아 답사를 하는 기행을 한다는 것은 작품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을 배가시킬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 손종흠의 홈페이지
글쓴이 : 죽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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