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과 칠정은 인성(人性)을 설명하는 성리학의 주요개념이다.
맹자 성선설의 근거가 되는 사단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하는데, 각각 인·의·예·지의 실마리가 된다.
칠정은 〈예기 禮記〉 예운(禮運)편에 나오는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 등
사람이 가진 7가지 감정을 말한다.
사단과 칠정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중요하게 취급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 송대에 성리학이 성립하면서부터이다.
그 이전까지 유교에서는 인간의 심성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교를 심성 수양의 도리로까지 확대하고 또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세계관을 수립하려 했던 성리학에서는 인간의 심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성리학에서는 마음이 사물에 감촉되지 않은 상태, 즉 심의 미발(未發)을 성이라 하고,
마음이 사물에 이미 감촉된 상태 즉 심의 이발(已發)을 정이라 한다.
결국 미발의 성이 발한 것이 정이며, 사단과 칠정 모두 정을 가리키는 개념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주희는 사단을 '이지발'(理之發)로, 칠정은 '기지발'(氣之發)로 설명하여 양자를 구분하기도 했으나,
사단과 칠정의 이기 분속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리학이 도입된 초기부터 16세기까지 사단과 칠정을 이기론으로 설명할 때
각각을 이(理)와 기(氣)에 분속시켜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사단칠정논쟁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정지운(鄭之雲 : 1509~61)의 〈천명도 天命圖〉에서도
사단의 발은 순리이며 칠정의 발은 기가 겸한 것이라고 했다.
이황(李滉 : 1501~70)도 역시 이 〈천명도〉를 수정하면서,
사단은 이에서 발한 것이고 칠정은 기에서 발한 것, 혹은 사단은 이가 발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한 것이라 하여
사단과 칠정을 각각 이와 기에 분속하여 설명했다.
그러나 1559년(명종 14)에 기대승(奇大升 : 1527~72)이 이황의 사단칠정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이황이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면서 8년에 걸친 사단칠정논쟁이 이루어졌다.
사단칠정의 이기 분속 문제가 16세기 후반에 이르러 커다란 철학적 문제로 대두하게 된 배경에는
이 시기 조선 성리학에 이제까지의 이기이원론과는 다른 이기일원의 이기론이 성립하기 시작했다는 사정이 있었다.
형이상학의 측면에서 이기이원론은 이를 기의 존재 근거로까지 인정하는 견해를 가리키며
이기일원론은 이를 기의 조리(條理)로만 인정하는 견해를 가리킨다.
이러한 차이가 사단칠정론에서는 기발과 함께 이발을 인정하는 견해와 기발만을 인정하는 견해로 나타난다.
이황은 이기이원론에 바탕을 두고 사단과 칠정을 각각 이와 기에 분속하여 설명했다.
그러나 기대승은 이기일원론적인 견해에 바탕을 두고 사단과 칠정을 설명함으로써 사단과 칠정을 명확하게
이와 기에 분속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이황은 이기의 관계가 비록 밀접해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단은 이가 발함에 기가 따르는 것(理發氣隨之)이고
칠정은 기가 발함에 이가 타는 것(氣發理乘之)이라 해도,
사단은 그것이 유래하는 바가 마음 속에 있는 본연지성이요,
칠정은 그 유래하는 바가 기질지성이며, 또 사단은 기가 따르는 것이지만 주로 하여 말하는 것(所主而言)이 이에 있고
칠정은 그것이 기에 있기 때문에 각각을 '이지발'과 '기지발'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사단칠정 문제에 대한 이황의 이러한 견해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設)이라 불린다.
이기호발설에 대해 기대승과 그후의 이이(李珥 : 1536~84)는
사단과 칠정은 모두 기질지성 속에 갖추어 있는 이가 기를 타고 발한다는 점에서 그 유래하는 바가 같으며,
다만 발해서 순선한 것만을 가리켜 사단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들은 이황의 견해 가운데에서 기가 발함에 이가 타는 것만을 인정하고
그것으로 사단과 칠정이 유래하는 바를 모두 설명했으며,
칠정 이외에 따로 사단의 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칠정 가운데 사단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했다.
기대승과 이이의 이러한 견해는 이기겸발설(理氣兼發設)로 불려진다.
1572년(선조 5)에 성혼(成渾 : 1535~98)은 사람의 마음을 형기(刑氣)의 사사로움에서 생기는 인심(人心)과
성명(性命)의 정리에 근원하는 도심(道心)으로 구분할 수 있듯이 성이 발한 정도 사단과 칠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단은 이에서 발한 것으로 칠정은 기에서 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면서,
성혼과 이이 사이에 다시 사단칠정논쟁이 벌어졌다.
성혼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이이는 인심·도심의 구분과 사단칠정의 구분은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사단칠정을 각각 이기에 분속하는 이황과 성혼의 견해를 비판했다.
16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호발설과 겸발설로 정리된 사단칠정의 이기론적 해석은
그후에도 우리나라 성리학의 중요한 이론적 탐구 대상으로 남아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고,
성리학 이해에 깊이를 더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가운데 이황의 호발설을 지지하는 견해를 주리론(主理論)이라 하고,
이이의 겸발설을 지지하는 견해를 주기론(主氣論)이라 하여,
우리나라 성리학의 양대 흐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
칠정(七情)은 유학에서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칠정이라는 표현이 처음 나타나는 곳은 [예기]의 <예운>편으로 인간의 여러 감정들을
기쁨(희,喜), 노여움(노,怒), 슬픔(애,哀), 두려움(구,懼), 사랑(애,愛), 싫어함(오,惡), 바람(욕, 欲)의 일곱으로 묶어 나타내었다. 후대에서는 대게 [중용]에서 말하는 기쁨(희,喜), 노여움(노,怒), 슬픔(애,哀), 즐거움(락,樂)을 가리켜 칠정이라 하였다.
2.사단(四端)
사단은 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마음(감정)으로서
각각 인(仁)·의(義)·예(禮)·지(智)의 착한 본성〔德〕에서 발로되어 나오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단서라고 이름 붙였는데, 단(端)이라 함은 선(善)이 발생할 가능성을 가진 시초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맹자의 용어로서 [맹자] 공손추편(公孫丑篇)에 나온다.
측은지심은 타인의 불행을 아파하는 마음,
수오지심은 부끄럽게 여기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마음,
사양지심은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은 선악시비를 판별하는 마음이다.
맹자에 의하면 이 사단은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일종의 선천적인 도덕적 능력이다.
그러므로 맹자는 이것을 확충함으로써 인·의·예·지의 덕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측은지심의 경우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누구나 아무 조건 없이
그 아이를 끌어안고 구하려는 마음이 순수하게 발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소박한 자발적인 행위를 보면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단설은 맹자 성선설(性善說)의 근본으로서 인간의 도덕적 주체 내지 도덕적 규범의 근거를 이루고 있다.
칠정은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의 일곱 가지 감정인데,
[예기] 예운편(禮運篇)에서 비롯하여 당(唐)의 한유(韓愈)가
<원성편 原性篇〉에서 7정으로 나누어 논하였다.
이것은 중국 고대에서 오래 전부터 있던 사상으로서 인간이 외부 사물에 접하면
여러 가지 정이 표현되는 심리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중용]에는 희로애락의 발현〔發〕 이전을 ‘중(中)’, 발현하여 절도에 맞는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을 ‘화(和)’라 말하고 있는데,
결국 칠정은 여기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심리의 숨김없는 현실태를 총칭한 것이다.
이렇게 사단과 칠정은 별도로 주장된 것인데, 송대에 성리학이 성립되면서 이른바
사서(四書) 중심의 학풍으로 바뀌자 맹자의 사단설이 중시되고,
아울러 사단에 대립되는 개념인 칠정을 논의하게 되었다.
그러나 주자에 있어서는 사단과 칠정을 조선조 성리학에서처럼 첨예하게 대립시켜 상세하게 논의하지는 않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황(李滉)과 기대승(奇大升) 간의 논쟁 이후로
성혼(成渾)과 이이(李珥)의 논쟁을 거쳐 한 말에 이르기까지 조선조 주자학자로서
이 사단칠정에 대해 한마디하지 않은 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 성리학 논쟁의 중요 쟁점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칠론에 존재론적 범주로 사용되던 이(理)와 기(氣)의 개념이 도입되고,
또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이라는 개념이 함께 논의됨으로써 그 논쟁이 한층 복잡하게 되었다.
'전통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위기를 피하지 않는 리더, 서애 류성룡 (0) | 2010.01.24 |
---|---|
[스크랩] 포은 정몽주 묘소를 다녀오다 (0) | 2010.01.24 |
[스크랩] 율곡의 철학사상 (0) | 2010.01.24 |
[스크랩] 문묘와 동방오현 (0) | 2010.01.24 |
[스크랩] 개화파와 개화사상 (0) | 2010.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