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여행 21일 5. 치첸이사(치첸잇하) : Chichen Itza
유카탄 반도. 칸쿤. 치첸이사.
지난 편에 쓴 칸쿤은 나에게는 사실 큰 관심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테오티우아칸에 관심이 있었듯 또 다른 피라미드인 치첸이사의 피라미드가 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더구나 이 곳 유카탄 반도는 구한말 우리 민족의 이민사중 가장 슬픈 이야기를 담은
애니깽 농장의 본거지였기 때문이다.
중고교 시간 지리 시간에 들었던 유카탄 반도.
언젠가 이곳 선교사님과 같이 와보자고 했던 곳인데 그만 패키지 여행으로 먼저 오게 되었다.
우리 교회에는 모 은행의 후원으로 조상의 모국으로 유학을 온 이곳 한인 5세인 여대생이 있다.
성은 우리 성을 가졌으되 마야인의 고장에서 4대 혼혈을 통한 그녀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멕시코인의 모습이다.
꿈을 찾아 멕시코 땅까지 흘러간 그녀의 조상은 결국은 노예와 같이 애니깽 농장에서 일을 했을 것이고
삶에 지쳐, 외로움에 지쳐 이국의 여인과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가 자라서 이국의 여인과 또 결혼을 하고...
우리가 못살던 시대의 한은 이곳 멕시코 유카탄에 아직 남아 있다.
칸쿤에서 버스로 약 3시간 정도 이동하는 동안 우리를 안내해 준 이곳 현지 가이드가 여러가지 설명을 해준다.
'유카탄' 이라는 말은 원래 마야어로 '나는 모른다'라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이 유카탄을 정복할 때 처음 만난 마야인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당연히 스페인어로 물었겠다.
그의 대답이 바로 스페인어를 모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것인데 이것이 지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치첸이사. Chichen Itza. 치첸이트사...
치첸이사는 유카탄의 마야-톨텍 문명의 가장 중요한 유적으로서
시대에 따라 다른 민족들이 그들의 흔적을 남겨 놓은 것으로 되어 있다.
마야와 톨텍인들은 이곳의 석조건조물에 그들의 세계와 우주관을 펼쳐 놓았다.
이곳은 마야인들의 건축기술과 중앙멕시코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먀야-톨텍문명의 가장 중요한 유적으로 남은 것이다.
주요한 유적으로는 쿠쿨칸 피라미드, 공놀이 경기장, 전사의 신전, 성스러운 샘물,
그리고 카라콜(El Caracol)이라고 불리는 천문관측소 등이다.
치첸이사의 명칭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잇사족의 샘물의 입구'라는 것인데
현지 가이드에게 들은 아래의 설명이 가장 신빙성 있게 느껴진다.
이 말은 원래 마야어인 '치첸잇하'인데 발음이 원어와 조금 다르게 전해졌다는 것이다.
'치'는 원래 이곳 마야어로 입, 입구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가 많이 씹는 껌 중에 치클껌이 있는데
그 말이 입이 무엇인가를 씹을 때 움직이는 동작을 말하는 마야어 '치클레'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첸'은 세노테(Cenote)를 의미한다고 한다.
카르스트 지형인 이곳은 곳곳에 석회암이 물에 용해되어 만들어진
석회동굴과 지하 연못이 산재하여 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빗물은 금방 땅속으로 스며들어 수량이 충분하지 못한 지표면에는 제대로 된 강도 없다.
실제로 위도상으로는 열대의 밀림을 이루어야 할 터인데 잡목들만 자란다고 한다.
석회석이 함몰된 구멍에 지하수가 모여 드러난 우물이나 연못들을 세노테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 치첸이사에는 세노테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성스러운 샘물'
또는 '희생의 샘'이라고 불리는 세노테가 있다.
'잇'은 마법사이고
'하'는 물이라고 한다.
그러니 치첸이사의 마야어인 치첸잇하의 원래 의미는 '마법사의 물이 있는 세노테의 입구'가 되는 것이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이곳 세노테에서 제사에 바쳐진 인간제물의 무수한 해골이 나왔다는 것으로 미루어
마법의 물이라고 칭했을 법하다.
치첸이사 가는 고속도로 양쪽으로 이런 잡목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겸 휴게소
휴게소에는 이 간단한 여행안내소 및 판매소가 있고 화장실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탄 관광버스
화장실에서 난생 처음 본 희한한 수도꼭지.
물을 트는 데가 없어서 궁리 끝에 아래에 나와 있는 꼭지를 밀어 올렸더니 물이 조금씩 나온다.
손을 계속 대고 있어야 물이 나오니 불편한데도 이런 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물을 아껴야 하는 지역인가 보다.
마야인 마을과 집 - 움직이는 버스에서 찍은 사진이라 셔터는 많이 눌렀는데 쓸만한 사진은 별로 없다.
돌아올 때 보니 고속도로를 타는 지름길이 있는데도 마야인들의 마을을 보라고 지방도로를 이용한 것 같다.
마야인들의 신체적 특징은
첫째, 남자가 145cm~155cm에 불과할 정도로 키가 작고,
둘째, 목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짧으며,
셋째, 얼굴과 눈은 아시아형이고 몽골반점이 있으며,
넷째, 코는 매부리코가 많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키가 작고 옆으로 퍼진 체형들이 많다.
드디어 치첸이사에 닿는다.
4월의 날씨가 무려 섭씨 35도 정도란다. 땀이 줄줄 흐른다.
부활절 연휴라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줄을 길게 서서 입장한다.
내 앞에 선 분들이 나의 일행들이다.
옆 벽에 붙어 있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1997년 치첸이사 공연 기념표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새. 물에서 한바탕 목욕을 하더니 시끄럽게 운다...
피라미드 가는 길의 기념품 판매대들...
상인들은 간단한 우리말을 잘들 한다.
쿠쿨칸 피라미드.
드디어 눈앞에 피라미드가...
한 변이 55미터, 높이가 23미터라는데 그것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피라미드는 테오티우아칸의 그것처럼 장대하지는 않으나
그 모양은 훨씬 균형있고 우아하다.
이 피라미드 때문에 이곳 치첸이사는 연간 약 12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것이다.
이 피라미드의 스페인식 정식명칭은 성(城)을 의미하는 엘 카스티요(El Castillo)이지만
흔히 '쿠쿨칸의 피라미드'라고 불려진다.
쿠쿨칸이란 마야어로 깃털 달린 뱀을 의미하는데 케찰코아틀과 동일시된다.
쿠쿨칸의 피라미드는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가 그렇듯 인신공양의 제단이자 신전이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바로 그 신전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피라미드가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피라미드 자체가 칼렌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양의 운행에 대해 마야인들이 얼마나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피라미드의 4면은 각각 중앙에 91계단이 있는데 이를 모두 합한 364에 꼭대기의 제단을 더하면
지구의 공전주기인 1년 365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각면마다 중앙 계단의 좌우는 9단의 기단으로 이루어져 4각의 모서리를 이루고 있다.
가이드가 마야의 달력과 태양력을 비교 설명하고 있다.
마야의 달력은 1년이 260일로 되어 있고 태양력은 365일로 되어 있는데 이들이 같은 날
다시 만나는 것이 최소공배수인 18,980일, 즉 52년에 한번 만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매 52년이 우리네 회갑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그 이후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마야인들이 태양의 운행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증거는 쿠쿨칸 피라미드의 곳곳에서 알 수 있다.
춘분과 추분이 되면 오후 3시부터 태양의 반대 쪽인 북쪽계단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는데
그림자는 신전으로부터 시작해서 9개의 기단을 꿈틀대고 타고 내려와 제일 아랫기단의 뱀의 머리까지내려오는데
그 모양이 태양신이 뱀의 형상인 쿠쿨칸(케찰코아틀)으로 변해서 하강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춘분과 추분에는 옛날의 인신공양의 제사 대신 지금은 대규모 축제가 열려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운집한다고 한다.
쿠쿨칸의 피라미드에는 이전에는 올라갈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출입금지구역이 되었다.
재규어신전
쿠쿨칸의 피라미드 다음에 가는 곳이 공놀이경기장의 바로 앞에 있는 재규어 신전이다.
재규어는 뱀, 앵무새와 함께 신으로 숭배된 동물이다.
테오티우아칸의 원주민들이 퓨마를 숭배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동물 중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는 두 동물이니 경외감을 가진 것이 아닐까.
아래 사진이 재규어 신전인데 신전의 뒷면은 공놀이 경기장의 벽면의 한 쪽을 겸하고 있다.
재규어 신전이지만 뱀의 머리는 여기도 양쪽을 지키고 있다.
재규어가 전면에 놓여 있는데 이때는 왜 재규어를 좀더 가까운 데서 찍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다른 관광팀을 피하느라 그런 것 같다.
재규어의 부조도 선명하다.
신전의 안쪽은 많이 지워지긴 했지만 부조 위에 채색을 해놓았다.
위의 뱀의 머리와 계단 난간의 앵무새 깃털...바로 쿠쿨칸의 상징이다.
공놀이경기장.
공놀이 경기장으로 들어선다.
168m x 70m의 크기이니 축구장으로 치면 세계 최대의 규모인 셈이다.
그런데 이 공놀이가 재미로 하는 예사 공놀이가 아니다.
승리한 팀의 주장이 인신공양의 제물이 되는 공놀이인 것이다.
강한 자의 심장이 신에게 바쳐지는 엄숙한 공놀이...
그것은 영예로운 죽음으로 그들은 오히려 죽음을 영광스러워 했다는 이야기이다.
눈치 못채신 분도 있겠지만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인 내가 섭씨 35도의 기온에서
귀로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랴, 손으로는 사진을 찍으랴, 눈으로는 이 엄숙한 장소를 하나라도
더 보려고 동분서주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카메라 렌즈에 땀방울이 하나 튀었나보다.
사진을 보니 사진마다 같은 위치에 흐릿한 부분이 나타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공놀이경기장 : 남쪽에서 북쪽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공놀이 경기장의 골대는 바로 저 구멍이다.
그리고 경기장 벽 아래는 비스듬하게 부조들이 새겨져 있다.
코뚜레를 하고, 칼을 차고, 해골도 옆에 찬 선수의 모습이 선명하다.
오른 쪽의 나뭇가지 같은 것이 목을 베이는 승리팀 주장의 목에서 솟는 피라고 한다.
일곱 갈래의 피의 끝은 뱀으로 변해 있다. 희생의 결과는 신처럼 되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그의 잘린 목은 다른 선수의 손에 들려 있다.
바로 이 머리이다.
경기장의 북쪽 끝은 심판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넓고 긴 운동장 이쪽과 저쪽에서 서로 어떻게 의사전달을 했을까?
걱정할 것 없다.
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경기장은 골대의 위치가 높이 8 미터이니 양쪽 벽의 높이가 9 미터는 되고
남쪽에도 그만한 높이의 벽으로 막혀있으니 음향 반사가 기가 막히다.
심판석 앞에서 손뼉을 딱 치니 약 1초 후에 명확하게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아' 하고 소리를 좀 크게 내니 그대로 돌아온다.
경기장을 돌아 나오는데 벽뒤의 경사진 석축에는 이구아나가 여러 마리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쫌판틀리-해골의 벽
이구아나를 보고 돌아 나오면 해골이 가득 부조되어 있는 쫌판틀리(Tzompantli)라는 구조물을 만난다.
해석하면 해골의 벽 또는 해골선반 정도가 된다.
영락없이 뱀이 자리잡고 그 아래에 있는 해골들은 하나하나 모두 얼굴이 다른 모습이다.
인신공양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 한다.
가이드가 아래의 소개책자를 들고 설명해준다.
마야인들에게는 편두의 풍습이 있었다고...
나중에 따로 가이드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우리나라에도 옛날 삼한시대등 편두가 성행한 때가 있었다고...
아이들 엉덩이의 몽골반점이 이 마야인에게도 있다는 것을 보면 원시시대에 같은 갈래에서 나온
문화의 잔재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해골이 발굴된 것을 보면 치아 성형도 성행한 것 같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세노테 세그라도- 성스러운 샘
다음 우리가 가는 곳이 바로 세노테 세그라도(Cenote Segrado) - 성스러운 샘(희생의 샘이라고도 함)이다.
여기에 가는 길도 민예품 장수들의 '안녕하세요', '쌉니다.' 등의 우리 말과
'곤니치와'나 '니하오'등 일본, 중국말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치첸이사의 이름이 있게한 세노테이다. 직경 60미터 깊이 27미터란다.
카르스트 지형인 유카탄반도에서 세노테중 가장 중요한 세노테로 고대 마야인들에게는 순례의 장소였으며
가뭄시에는 인신공양의 현장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곳의 물은 잔뜩 녹조가 낀 듯 녹색을 띠고 있다.
이곳에서는 금, 옥, 도자기, 조개, 고무,의복 등과 수많은 해골들이 발굴된 바 있다고 한다.
독수리와 재규어의 제단.
성스러운 샘에서 뒤돌아 나와서 쿠클칸 피라미드가 있는 곳으로 오면 만나는 것이
독수리와 재규어의 제단이다.
금성의 제단이라고도 하는 이 제단은 마야와 톨텍 스타일이 섞인 것으로 독수리와 재규어가 인간의
심장을 먹는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재규어...
독수리...
제단앞에 놓인 착물(Chacmool)
착물이란 사람 이 머리를 세우고 비스듬히 누운 형상의 석조물로
희생의 제물의 머리를 놓는 접시를 배위에 둔다.
다른 방향에서 본 쿠클칸 피라미드.
전사의 신전.
전사의 신전이라는 이름은 전사의 모습이 새겨진 수많은 기둥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1000 개의 기둥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600여 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기둥 하나하나의 조각은 각각 다른 모양이다.
꼭대기의 신전에 남아 있는 착물이 유명한 모양인데 지금은 올라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기둥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뒤로 돌아가본다.
따로 땅위에 서 있는 기둥... 접근 하지 말라고 줄을 쳐놓았다.
신전의 기단 위에 있는 수많은 기둥들 중의 하나이다.
뒤돌아와서 다른 방향에서 본 쿠쿨칸 피라미드.
이렇게 해서 몇 십년간 가졌던 멕시코의 피라미드를 한 번은 직접 봐야겠다는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도로 입구로 나와서 사진 한 방를 찍었다.
그리고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식사 도중에 민속 공연이 있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식사를 마치고 공연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공연도 같이 끝나 버린다.
딸랑 사진 한 장 남았다.
옛날 애니깽 농장주의 집을 식당으로 개조한 것인데
저택의 규모가 보통이 아니다.
수영장을 배경으로 핀 하와이 무궁화로도 불리는 히비스커스...
저택내의 성당.
그리고 칸쿤으로 돌아오는 길은 고속도로를 이용, 갈 때보다는 한 시간 정도 단축된
두 시간 정도 걸려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칸쿤의 석양을 즐기면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저녁 식사후 멕시코 민속무용...
하루가 끝난 칸쿤의 밤은 잔잔하게 넘어간다...
쿠바 아바나로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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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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