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여행 21일 16. 티티카카 가는 길 2. 락치, 라라야
기와 마을 삐니빰빠에서 잉카의 비라코차신전이 있는 락치까지 약 두 시간 걸리는 거리를 논스톱으로 간다고 한다.
그런데 두 시간의 길이 하나도 지겹지 않다.
안데스의 무공해 하늘, 아침까지만 해도 흐렸던 날이 활짝 개어서
몇십 년 동안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맑은 날씨, 푸르른 하늘을 보고 간다.
그 맑은 푸른 하늘에 솜덩이 같은 하얀 구름...
밤에 저 하늘을 보면 얼마나 많은 별들이 반짝일 것인가?
우르코스
삐니빰빠에서 15분 정도 가니 제법 큰 마을이 나온다.
성당 같은 건물이 있고 시장이 열린 광장이 있는 곳이다.
달리는 버스에서 샤터를 눌러 본 것인데 그런 대로 쓸 만한 사진이 찍혔다.
지도를 찾으니 우르코스(Urcos)라는 곳이다.
쿠스코지방, 퀴스피칸치 주의 12개 구 중의 하나이다.
버스가 무슨 일인지 길가에 잠시 멈춰섰다.
쿠스코에 시내에서도 출근길의 시민들이 이런 노천 음식대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곳에서도 보게 되었다.
관광회사의 간판인데 안데스의 설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는 눈에 익은 로고를 단 차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로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 스타렉스 한 대가 놓여 있다.
우르코스를 빠져나와서 본 우르코스 전경
그리고 버스는 안데스 고원을 달린다.
가는 곳마다 이들의 주곡인 옥수수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마추픽추에서 본 우루밤바강의 상류이다. 쿠스코지방과 푸노지방의 경계선 부근에서 발원한다고 한다.
사진이 깨끗하지는 않으나 래프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낫으로 무언가 베는 농부들도 있고...
그리고 기차와 나란히 달려가기도 한다.
하늘은 푸르고,옥수수는 영글어가고...
띠엄띠엄 마을도 있고...
야마인지 알파카인지 모르지만 가축들도 보인다.
락치(Raqchi, Racchi)의 비라코차신전
드디어 멀리 성당같은 건물이 보이더니 좁은 마을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벽에 그려진 이 그림을 보니 이곳이 오늘의 중간 목적지 중의 하나인 락치인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이런 곳에 카톨릭 성당이 있다.
그리고 성당광장 한쪽 옆에는 인디오들이 노점을 벌여놓고 각종 공예품,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노점상들이 있는 곳의 뒷편에 큰 건물 같은 것이 서 있다.
오늘의 여기에 들른 목적은 바로 저곳을 보기 위함이다.
성당...
성당을 마주보고 십자가가 서있다.
그런데 난생 처음 보는 옷을 입은 십자가이다.
잉카의 후예들은 그들의 고유의 복장을 하고 관광객들에게 그들이 직접 손으로 떠서 만든 옷,
그리고 여러가지 공예품을 팔고 있다.
물건 값을 깎으려는 자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자들이
시장이라는 이름의 장소에서 맞부딛치는 것이다. 흥정들이 대단하다.
따가운 햇살 아래서 지쳐보이는 모습도 있고...
인디오 고유의 모자를 쓴 아낙네도 있고...
잉카의 대를 이어갈 아이도 있다.
그리고 금슬좋게 보이는 부부도 있다.
물건들을 대충 샀으니 이젠 관광을 해야할 것 아닌가...
시장에서 좁은 통로를 돌아 들어가니 아까 보았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지붕을 머리에 인 벽체 하나만 달랑 서 있는 꼴이다.
바로 비라코차신전 유적이다.
비라코차는 잉카제국 이전시대부터 안데스지방에서 천지의 창조신으로 숭배되던 신이다.
태양, 달, 별, 시간을 창조했으며 문명을 창시한 신으로 숭배되었다.
태양과 폭풍의 신이며 그를 새긴 그림을 보면 태양을 왕관으로 쓰고 손에 번개를 들고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비라고 묘사되는 신이다.
긴 수염을 한 백인의 모습이었으며 잉카인들에게 문명을 가르쳐주고 태평양으로 사라져 버렸으나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고 믿었던 신이었다.
정복자 피사로가 잉카에 들어왔을 때 잉카인들은 이 백인들이 비라코차 신의 환생이라고 믿었고
그것이 스페인의 정복자들에게 멸망당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길이 92미터, 폭 25미터인 비라코차신전의 양쪽 벽은 모두 파괴되어 지금은 가운데 벽만 남아 있다.
가운데 벽의 높이는 원래 16.6미터정도 인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은 낮아져서 12미터높이이며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 지붕을 덮었다.
아랫쪽은 약 3미터의 높이의 석조 기단으로 1.65미터의 두께이고
윗쪽의 진흙벽돌은 약 1.3미터의 두께이다.
가이드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비라코차 신전의 뒤에 있는 건물은 사제들과 관리들의 거주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락치가 위치한 곳은 해발 3500 미터의 고원지대이지만 토질이 비옥한 안데스의 곡창지대이다.
이곳에는 꼴까(qolqa)라고 불리는 약 200개의 원형곡식저장창고가 있었는데
지금은 백수십 개가 남아 있으나 파괴되어 돌무더기로 된 것도 제법 눈에 띈다.
원형대로 복원한 것이 있어 원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꽃...꽃...
그리고 잉카의 후예들...
이 곳에서 신전 방문자들이 목욕재계를 했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성당
그런데 큰 일이 생겨 버렸다.
카메라의 줌이 고장난 것이다.
DSRL은 집에 두고 편리성 때문에 광학줌 26배 올림푸스를 가지고 갔는데 정말 황당한 일이 생긴 것이다.
줌을 당기면 제멋대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데 전혀 조정이 되지 않는다.
아래 사진부터 줌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어쩌다가 고정시켜서 찍곤 했는데
나머지 일정중에 큰 스트레스로 남게 되었다.
나중에 국내에 와서 수리를 맡겨보니 물이 들어간 흔적이 있단다.
'물을 맞은 적이 없는데...'라고 했는데 나중에 되짚어보니
전날 밤 쿠스코의 야경을 찍느라고 좀 무리한 것이 화근이 되었나 보다.
티티카카호의 우로스 섬이나 다음 일정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많이 놓친 것이 너무 아쉽다.
다시 성당 앞 광장으로 나와서 기념품 한두 가지를 샀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의 식당에서 찍은 알파카...
버스는 여전히 3500미터 이상의 고원지대를 달려간다.
하늘, 구름, 옥수수밭...
라라야 온천
버스는 점점 고도를 높여간다.
가이드의 말에 따라 어제 저녁부터 코카차를 열심히 마신 데다가 고산증을 이긴다는 알약을 아침부터
식사 후에 한 알씩 먹어서 그런지 별다른 느낌이 없다.
아내도 괜찮다고 한다.
일행 중에는 꽤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4000미터쯤 되는 곳에 버스가 선다. 라라야 온천이란다. 철길을 건너 온천으로 간다.
라라야(La Raya)온천은 노천탕인데 작은 수영장 같은 노천 풀이 두 개가 보인다.
그리고 지붕 아래에 또 욕탕이 있나 보다.
그리고 조그만 웅덩이로부터 퐁퐁 솟아나오는 온천수...
거기어 우리 일행은 줄을 지어 앉았다.
그리고 일제히 발을 담근다. 생각보다 많이 뜨겁다.
뜨거운 것을 잘 참지 못하는 나는 곧 그만 두었다.
간간이 비가 몇 방울씩 떨어진다.
라라야 고개
라라야 온천을 지나 버스는 계속 완만한 경사로를 오른다.
드디어 4338미터. 이번 여행의 최고 고도이다.
거의 평지나 다름 없는 고개지만 높이가 4338미터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조금 어질어질한 것 같은데 그런 대로 견딜 만하다.
이 고개에도 잉카의 여인들은 장을 펼쳐 놓았다.
그리고 아래 왼쪽의 화장실은 수동 수세식이다.
볼 일을 보고 물을 한 바가지씩 끼얹어야 하는 것이다.
고개를 사이에 두고 양쪽 산은 이미 눈으로 덮여 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
가이드의 말로는 이 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인 침보야산이라고 한다.
라라야에서 쿠스코로 가는 길은 계속되는 평평한 길인데 비가 오다 말다 한다.
변화가 없는 고원지대의 무채색 풍경이다.
줌이 고장난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 대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었다가
어쩌다 깨어서 찍은 사진이다. 어디인지는 모른다.
푸노의 호텔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었으나 날은 이미 깜깜해졌다.
늦은 저녁 식사 후 내일의 티티카카호수 관광을 기대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들은 바로는 내일 비행기를 타야할 훌리아카에서는
폭우가 쏟아져서 일부 도로가 침수될 정도였다고 한다.
원, 4000미터 고지에서 홍수라니...
티티카카호수, 우로스 섬으로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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