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여행 21일 17. 티티카카 호수, 우로스섬
전날 밤에 일찍 잔 탓인지 아침 일찍 깨었다.
창문을 열어보니 창앞의 풍경이 펼쳐진다.
면도, 샤워를 먼저 하고 카메라를 들고 혼자 살짝 방을 빠져 나왔다.
호텔 방에서 본 풍경.
어젯밤에 가이드가 버스에서 한 말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종전에 이 패키지의 호텔은 푸노에서 한 30분 가량 떨어져 있어서 여행객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어서
이번부터는 푸노 가까운 곳의 호텔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나는 푸노 시내에 있는 호텔인 줄 알았다.
식사시간 이전에 한 바퀴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8~90회에 가까운 해외 출장 중 거의 매회 아침 시간과 밤 늦은 시간을 호텔 근처의
유명한 곳을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어온 습관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밖에 나온 나는 곧 실망했다.
여긴 푸노시에선 가까울지 몰라도 주위에 볼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변두리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미니버스들이 여기까지 오는 것 외에 별다른 것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았다.
구름과 호수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남긴 사진이다.
사진으로는 멋있는 곳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한 곳이다.
지저분한 것은 다 숨겨 버렸다.
전날 락치에서부터 고장난 카메라는 내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줌이라도 되면 좀 당겨 잡으련만 제멋대로 왔다갔다한다.
구름과 호수와...
이 때까지는 어느 쪽이 우로스 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호텔...
푸노 시가지 방향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쪽이 우로스섬 방향이다.
열몇 번씩 시도하다가 어쩌다가 줌이 걸리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무척이나 답답한 노릇...
날이 밝으면서 누군가가 양을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
티티카카호
안데스 고산 지대 속의 바다와 같은 호수.
해발 3812미터의 고지에서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선이 중간을 가르는 호수인데다가
면적이 8300 평방킬로미터로서 8050평방킬로미터인 전라북도보다 크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남미에서는 베네주엘라의 마라카이보호 다음으로 두번 째로 큰 호수란다.
최대 깊이가 280미터나 된다니 담수량도 엄청나다.
흔히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에 반드시 수식어가 들어가야 하는데 기선이 운항이 되는 호수 중에서 가장 높은 호수라는 이야기이다.
참고로 구글어스에서 보면 티베트, 또 이곳 안데스에도 고도 4500미터,
아니 5000미터가 넘는 호수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푸마를 신성시했다는 잉카인들은 여러 곳에 푸마의 상징들을 심어 놓았다.
쿠스코 시 전체가 푸마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적어놓은 바가 있고
케츄아어로 티티카카의 티티는 푸마를 의미하고 카카는 바위라는 말이라고 한다.
원주민들은 티티카카호가 토끼를 쫓는 푸마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티티카카호는 잉카제국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잉카제국을 건국한 첫 황제 망코카팍의 신화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망코카팍의 신화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태양신 인티와 관련한 것과
창조신 비라코차와 관련된 것이다.
태양신 인티(Inti)는 사람들이 미개한 상태에서 사는 것을 슬퍼했다.
당시의 사람들은 나뭇잎이나 짐승의 가죽으로 옷을 해입고,
야생의 열매나 식물들을 채취해서 먹으며 동굴에 살았다.
이것을 본 태양신 인티는 달의 여신 마마키이야(Mamaquilla)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망코카팍과 딸 마마오크요(Mama occllo)에게 지상에 내려보내어 문명 생활을 전하도록 했다.
그들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 바로 티티카카호수의 한 섬인 태양의 섬(Isla del Sol)이었다는 것이다.
신은 남매에게 황금지팡이를 주고 황금지팡이를 땅에 꽂아서 황금지팡이가 깊숙히 꽂히는 곳을
수도로 삼고 나라를 세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남매는 부부가 되었고 북상해서 지금의 쿠스코에서 땅이 황금지팡이를 삼키는 것을 보고
거기에 나라를 세웠는데 그것이 잉카제국이라는 것이다.
비라코차 신화에서는 망코카팍은 창조의 신 비라코차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우로스섬
아침 식사후 푸노시에 있는 선착장으로 간다.
우로스섬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우로스섬은 잘 알려져 있는 대로 갈대섬이다.
티티카카호의 갈대인 토토라(Totora)를 켜켜이 쌓아 올려 섬처럼 만들고
그 위에 토토라로 집을 지어 거주로 삼는 것이다.
푸노지역에 사는 원주민은 아이마라 족인데 이 곳에 갈대집을 짓고 사는 것은 우루(Uru)족이라고 한다.
사진으로 우로스섬을 본다.
푸노 선착장 앞의 등대.
배를 타고 우로스섬으로... 보이는 곳은 푸노시이다.
우리 호텔이 있는 방향. 여기에서 보면 이렇게 멋있는 것 같은데...
오른 쪽의 하얀 건물이 있는 곳은 섬이 아니고 왼 쪽의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흰 건물은 호텔인데 우리가 묵은 곳은 아니다. 우리 숙소가 저기였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 우리 호텔이 보인다. 왼쪽의 붉은 지붕...
우로스 섬으로 가는 수로로 접어든다.
물빛은 짙푸른 색 잉크를 풀어 놓은 것 같다.
펜으로 찍어 글을 쓰면 저런 색깔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들이 노를 저어서 어디론가 가고 있다.
카메라의 고장으로 줌이 되지 않아 이 날의 사진은 조금만 먼 곳을 찍으면
이런 모양이 된다.
수로는 오른 쪽으로 약간 휘어진다.
하늘빛, 물빛은 상상하기 어려운 짙푸른 색이다.
이 지점에 오면 돼지를 저런 조그만 섬에다 놓아 먹이고 있다.
꼭 가라앉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제일 처음 보는 조그만 갈대섬...
우리 배는 오른 쪽으로 꺾어든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아무 섬에나 자유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착장에서 원주민 가이드가 한 사람 동행하면서 미리 순서에 따라 배정된 섬으로 안내한다고 한다.
이런 섬을 지나고...
맞은 편의 풍경을 보아가며...
토토라를 건조시켜서 만든 갈대배인 발사(Balsa)가 우리 배쪽으로 다가 온다.
드디어 우리에게 배정된 갈대섬으로 왔다.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우리 일행들...
왼쪽의 사나이가 친절하기 짝이 없었던 현지인 가이드이다.
푸노에서 같이 배를 타고 왔다.
갈대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미니어쳐를 이용해서 시연해준다.
그리고 우루족 처녀...
키는 아주 작아서 140cm 남짓하지만 상당히 두껍다(?).
이곳에서는 미인의 기준이 머리의 길고 짧음에 달려 있다고 한다.
머리카락을 길게 만드느라 끝에는 묵직한 추같은 것을 넣어 두었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면 원주민들의 집안도 보여주고 원주민 옷을 입고 사진도 찍고 한다.
이 모자와 옷이 관광객 용이다...
그리고 이 곳에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아내는 이 아줌마가 들고 있는 벽걸이를 샀다.
갈대섬이라고 해서 그냥 물위에 떠 있는 것 만은 아니다.
연못도 만들어 놓고...
채마밭도 있고, 저 아래에 보여드리겠지만 꽃밭도 있다...
대나무같이 생긴 것이 토토라인데 건조중이다.
갈대배인 발사(Balsa)도 만들어야 되고 갈대집도 수리해야 한다.
이 섬의 관광을 끝내고 이 섬의 발사를 타고 다른 섬으로 이동한다.
바이킹의 배같은 모양인데 이 배는 2층으로 되어 있다.
뱃머리는 푸마형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배에 탄 우리를 가이드가 사진 찍어 주겠다고 한다.
위치도 지정하고 엄청 친절하다. 말은 잘 안 통해도...
가이드의 뒷쪽에 있는 배가 푸노에서 우리가 타고온 배이다.
우루족 아낙네들이 아리랑을 불러준다.
그리고 이어서 옛날 학생시절에 많이 불렀던 마이보니(My Bonnie)도 부른다.
몇 개의 섬을 지나쳐서...
다른 갈대섬에 닿았다.
이곳엔 예쁜 꽃밭도 가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어진 몇 곡의 노래...
'동구 밖 과수원 길...' 부터 '뜸북 뜸북 뜸북 새,,,'로 시작되는 '오빠 생각'까지...
돈을 받기 위함이긴 하지만 아주 열심히 부른다.
그런데 누군가가 잘못 가르쳐주었다.
뜸북~이 땜북~으로 둔갑을 한 것이다.
우리 일행 중의 한 분은 언제 이리 바뀠노? 라고 하며 웃는다.
유일한 남자인 중년의 남자는 좀 시큰둥하다. 노래도 건성건성이다.
좀 챙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도 같이 노래를 불러준다.
이제 돌아오는 길이다.
갔던 뱃길을 되돌아 오는 길이다.
우로스 섬은 저 멀리 수평선을 만들면서 멀어져 간다.
잠시 스쳐 지나 본 우루족의 삶이 행복한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구경하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인가?
푸노 시내에서 점심식사을 한 것 외에는 달리 이야기할 것이 없을 것 같다.
끝나고 나서 보니 아쉬움이 많은 티티카카호 관광이다.
구글어스가 말해준다.
저 넒은 티티카카호수에서 우리가 본 것은 정말 작은 부분인 것이다.
가운데 노란 선은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선이고
신화속의 태양의 섬은 페루에 있다.
티티카카호의 형상이 푸마가 토끼를 잡는 형상이라고 했는데
위에서 보니 확실히 그렇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사진으로 안 보이는 분들은 아래 사진을 보시라...
사진을 조금 돌려보면 왼쪽의 푸마가 꼬리를 휘날리며 오른 쪽의 토끼를 낚아 채려는 순간의 형상이 된다.
이제 훌리아카(Juliaca) 공항으로 간다.
리마로 가기 위함이다.
그리고 내일...
이카, 나스카 지방으로 긴 버스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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