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續)짜집기 경주여행 2. 경덕왕릉
신라 35대 경덕왕
만일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경주를 아직도 서라벌이라고 불렀을 지 모른다.
불국사나 석굴암이 이 세상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 이름도 아마 순 우리말 이름이었을 수도 있다.
신라의 최전성기의 왕, 바로 경덕왕이다.
그 전까지 고구려, 백제, 신라 제각각의 말로 불리던 전 국토의 지명을
우리가 지금도 쓰고 있는 한자식의 이름으로 바꾼 이가 바로 경덕왕인 것이다.
그것 뿐인가, 관직의 명칭과 복식도 모두 중국식으로 바꾼 이가 바로 경덕왕이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그였다.
그 경덕왕릉을 간다.
경주 보문호수변에서 2박 3일간 있었던 수련회가 끝난 것이 7월 6일 아침...
7월 7일에 부산에서 볼 일이 있어 굳이 서울로 돌아올 필요가 없이 모처럼 경주에서
하루를 고적답사나 하고 보내려고 작정을 하고 경덕왕릉에 가기 위해서 택시를 잡았다.
경덕왕릉과, 오랜 동안 가보지 못해서 사진 자료가 없는 무열왕릉과 김유신묘를 묶어서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
그런데 기사가 경덕왕릉이 어디 있는지 모른단다.
경주에서 기사 생활 20년 이상 했는데 이제껏 경덕왕릉에 가자고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포석정 지나서, 삼릉 지나서 맞은 편 산자락에 있다고 하고 일단 그 방향으로 가면서 찾기로 했다.
내가 가자는 대로 갔어도 경덕왕릉을 찾았을 텐데 그는 운전 도중 여러 차례 전화를 해보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과 전화를 했는데도 아는 사람이 없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 경덕왕릉을 아는 사람과 통했다.
내가 가자던 바로 그곳이다. 지도로는 여러 번 찾아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경덕왕릉이다.
경애왕릉 부근을 지나고 용장리를 지나서 조금 가니 경덕왕릉 이정표가 나온다.
우측으로 꺾어드니 새로 확장된 35번 국도 아래로 뜷린 통로를 지난다.
내남초등학교를 지나 좁은 농로를 조금 올라가니 주차할 수 있는 조그만 공터가 길의 끝이다.
여느 왕릉과 마찬가지로 소나무 숲 터널이 바로 경덕왕릉에 이르는 길이다.
소나무 터널이 끝나는 곳에 전형적인 통일 신라시대 12지신상 호석을 두른 왕릉이 나타난다.
안내판이 꽤 더러워져 있다.
경주의 20년 경력의 택시 기사가 잘 모를 정도로 찾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리라.
쓸쓸하다.
12지신상의 사진은 자축인묘... 순서대로 올린다.
실제로 왕릉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 전면에 있는 오(말)인 것을 보면,
여느 왕릉과 마찬가지로 남쪽을 향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능의 옆에 타래난초가 많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마침 가져간 카메라가 똑딱이라 촛점을 맞추기가 어려워 포기했다.
기다리는 택시기사를 생각하고 급히 12지신상의 사진을 각 2~3장 씩 찍었다.
위에 올린 전신상과 두부의 사진...
그런데 위에서 보면 아시겠지만 인(호랑이)상은 누군가 두부를 갈아서 없애놓은 것으로 보인다.
구정동의 방형분에서는 미(양)의 두상을 없앤 것을 보았는데 무슨 별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지상에서 왕으로서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렸다고 해도,
유택을 호화롭게 꾸몄다고 해도,
세월이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면
쓸쓸한 무덤으로 변하는 것...
세상 사는 이치이다.
속 짜집기 경주여행,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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