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산 서원(玉山 書院) --- 영남 사림의 출발 이언적
1. 옥산서원
경주에서 약간 떨어진 안강(安康; 평안하고 건강함)은 탁 트인 평야 지대이다. 회재 이언적(晦齎 李彦迪) 선생의 유덕이 어린 옥산(玉山; 옥같이 예쁜 산) 서원은 안강읍에서 서북쪽으로 약 7킬로미터 떨어진 산수 수려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인구 삼만명이 약간 넘는 안강읍은 경주 대구 포항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며, 안강 평야의 농산물의 집산지이며, 형산강을 끼고 있는 경북도내 최고의 곡창 지대이다. 이들을 소유했던 지주들이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들이었으며, 이언적은 바로 여강 이씨이다.
옥산서원의 한옥들은 사적 15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언적의 거처인 독락당(獨樂堂; 홀로 즐기는 집)도 이곳에 있다. 서원의 뒷 배경에는 자옥산(紫玉山)이 있다. 이언적이 자옥산을 찾게 된 것은 그가 사간원의 사간이 되어 권력자인 김안로의 횡포를 막지 못하고 낙향하여, 그 분함과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옥산 기슭에 자연을 사랑하고 고독을 달래고 홀로 즐긴다는 뜻으로 독락당(獨樂堂)을 지었다. 이후 그는 만년을 독락당에서 세상과 발길을 끊고 오직 책만을 벗삼아 보냈다.
그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옥산 서원에 소장된 책들로써 알 수 있다. 옥산 서원은 현존하는 현존하는 서원 중 가장 많은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두 곳에 나누어 보관하고 있는데 하나는 서원 경내에 있는 어서각(御書閣; 임금님이 내린 책을 보관한 집)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독락당에 있는 것이다. 어서각 소장본은 국왕이 서원의 발전을 위해 하사한 책들로서 503종 2847책이고, 독락당 책들은 회재가 공부하면서 모은 책들로서 363종 1264책인데, 그의 친필로 된 수택본을 비롯하여 당시 그와 교유하던 선현들의 친필본도 많다. 보관된 책 중 1531년에 간행된 『正德癸酉司馬傍日』은 현재까지 발견된 활자본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책으로서 보물 524호로 지정 되어 있다. 그밖에 『삼국사기』 『해동명적』 『이언적 수필본』 등도 귀중한 책으로 보물로 지정되어있다. 옥산서원에서는 그동안 많은 변란을 거치는 중에도 문고 보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서원에는 많은 서책들이 비축되어 있어 원생들의 강학과 독서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서원의 교육적 기능을 해명해 주는 좋은 증거다. 어떤 이들은 조선조에 있어서 서원은 악의 소굴이고 당쟁의 온상인 것처럼 비난하나, 실로 한국 성리학의 발달은 서원을 중심으로 커 갔다. 그 점에서 시골 선비들의 교육 장소로서 서원의 역할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옥산서원이 창건된 것은 1573년(선조 6) 회재 이언적이 세상을 뜬지 20년이 되어서였다. 당시 경주 부윤이었던 이재민은 안강 고을의 선비들과 더불어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독락당 아래서 사당을 세우고 이어서 나라에 요청하여 옥산 서원 (玉山書院)이란 편액과 서적을 하사 받았다.
서원의 구조는 전형적인 서원 건축으로 소박하면서도 간결한데 중심축을 따라서 문루, 강당, 사당이 질서있게 배치되어 있고 외삼문인 영락문을 들어서면 무변루(無邊樓; 끝이 없는 누각)라는 누각이 있다. 이언적이 조한보와 무극(無極; 끝이 없음)에 관해 논쟁을 했기에 붙인 이름일 것이다. 이어서 계단을 오르면 마당이 나타나고 정면에는 구인당(求仁堂; 사랑/인격을 구하는 집)이란 당호의 강당이 있고 좌우에는 민구재(敏求齋; 예민하게 공부하는 집), 암수재(暗修齋; 어둠 속에서 마음을 닦는 집)의 동서 재실이 있어 원생들이 기숙하였다. 강당의 뒤로 돌아가면 체인묘(體仁廟; 사랑/인격을 체득한 사람의 무덤)라는 사당이 있다. 그 주변에는 장판각, 전사청, 신도비(神道碑; 무덤을 알리는 비석) 등이 나름대로 자리잡고 있다. 사당에는 이언적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이언적의 얼이 깃든 옥산 서원은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며 전국 600여개의 서원을 철폐한 흥선 대원군까지도 손대지 못했다. 불행히 일제 말기에 화재를 만나 옛 건물이 거의 소실되었으나 곧 복구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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