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자료

[스크랩] 9. 풍악록(이경석)

회기로 2010. 1. 24. 19:55
 

9. 楓嶽錄(李景奭)1)


  <숙원이던 금강산 유람의 꿈이 이루어지다>


  나는 세간의 외물에 대하여 별반 좋아하는 것이 없고 어릴 때부터 성품이 산수를 사랑하였으니 비록 나를 ‘煙霞痼疾者’라고 지칭해도 좋다. 나는 일찍부터 관동의 산수가 천하에 제일이라는 말을 들었고, 또한 高城郡에 매우 특이한 온천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본래 병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필마로 동쪽으로 가서 仙山을 두루 구경하고 靈泉에서 한 번 목욕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 자신을 돌아보면 소년시절에는 구름처럼 사방을 떠다니며 노닐려는 생각이 있었으나 중년에는 세속의 그물에 걸리고 이어서 많은 풍파가 뒤따랐다. 그러니 비록 한유한 나들이를 한 번 하려고 하였으나 시간적으로 겨를이 나지를 않았고, 도의적으로도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이따금 꿈 속에서 어렴풋이 한 번씩 노니는데 나이 이미 노쇠하고 직위도 높아졌으니 동쪽으로 가서 금강산을 구경하려는 계획은 끝장이 났다. 10여 년 이래로는 다시는 동쪽으로 가는 꿈조차도 꾸어지지 않는다.

  금년 봄에 성은을 입어 白馬山에서 살아 돌아온1) 뒤로는 강호를 떠돌며 한가롭게 지내게 되니 몸이 얽매이지 않았다. 또한 마침 朝野가 무사하니 한 번 숙원을 풀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이 때였다. 그래서 한강을 따라서 도성에 들어와 하루를 묵고 동쪽으로 떠나니 이때는 곧 9월 17일이었다.

  행장의 미비한 점은 돌아볼 겨를이 없었는데 銀臺(승정원의 별칭)의 여러 令公들이 나의 행색을 알리자 주상으로부터 마필을 지급하라는 명이 내려졌으니 사양해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말을 타고 길을 떠나니 성은이 망극하였다.

  겨우 靑門을 나가자마자 병든 몸이 표연히 구름을 능가할 기운이 솟아남을 이미 깨달았다. 밤에 平丘에서 자고 아침에 淸陰(김상헌)을 만나보았으며 抱川에 이르러 白鷺洲 위에서 잠깐 쉬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절구 한 수를 지었다.


  三山影裏三秋色  삼산의 그늘 속에 가을빛 짙은데

  白鷺洲邊白髮翁  백로주 가에 백발 노인 쉬었네

  誰知此日經過處  뉘 알겠는가 이 날 지나간 곳이

  政是靑蓮詩句中  바로 靑蓮 시구 속 지명임을2)


  梁門을 지나 豊田驛에서 잤다. 그리고 또 金化(김화), 金城(금성)에서 잤다. 금성으로부터 가서 昌道驛에서 쉬고 저녁에 通溝에서 잤다. 금성 원인 南天漢이 나를 따랐다. [하략]

출처 : 금강산문학
글쓴이 : 금강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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