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자료

[스크랩] 11. 유금강록(성제원)

회기로 2010. 1. 24. 19:55
                11. 遊金剛錄(成悌元)1)


단발령


  1531년(중종26, 신묘)에 장인을 따라 김화현에 갔다. 이 해 5월 초8일 김화현에서 길을 떠나 金城縣에서 잤다. 초9일에 都坡院에 이르고, 초10일에 斷髮嶺에 도착하였다.

  돌길을 구불구불 왕복한 것이 10여 리. 고갯마루에서 말을 내려 나무에 기대어 동쪽으로 바라보니 이른바 금강산이 웅장하게 한쪽 면을 빙 둘러서 하늘까지 높이 솟아 있다. 僧家에서는 이 고개에 올라 금강산을 바라보면 홀연히 출가할 마음이 생겨 단발을 하고 중이 되는 까닭에 단발령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동쪽으로 향하여 내려가니 길이 올라올 때의 길과 같았는데 모두 조그만 돌들이 계곡에 깔려 있다. 남쪽에 큰 내를 건너 鐵伊嶺을 넘었다. 또 큰 내가 있는데 만폭동의 하류이다. 붉은 절벽과 푸른 고개가 맑은 물결에 거꾸로 비치고 푸른 버드나무와 흰 모래는 10리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경치를 그윽히 감상하니 이미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파란 풀밭에 말을 놓아 먹이고 바람부는 나뭇가지에 갓을 걸고 소요하며 시를 읊조렸다. 해질녘에 장안사로 향하였다.


장안사와 여러 봉우리


  내를 따라 가기를 6, 7리. 비로소 골짜기 입구에 들어섰다. 내를 건넌 것이 열 번이고 길을 돌은 것이 아홉 번이다. 골짜기의 하늘은 넓고 소나무·회나무가 하늘을 찌른다. 맑은 물이 눈같이 흰 바위를 흐르고 좌우로 비추니 보는 것마다 놀라운 것이어서 흥이 나서 미칠 것 같다. 이 곳을 지나 들어가니 소나무와 회나무가 길을 나누어 서 있는데, 푸름이 짙고 비취빛으로 울창하다. 흰 돌이 섞여 서 있고 시냇물이 부딪힌다. 수놓은 듯한 누각이 그림처럼 비치니 이 곳이 바로 장안사다. 회나무 그늘을 가다가 북쪽으로 큰 내를 건너서 드디어 절에 들어갔다. 집이 크고 아름다웠으며 화려한 단청은 눈을 빼앗았다. 금강산 입구의 큰 사찰이다. 禪堂에 앉으니 앞 기둥 사이로 여러 봉우리가 다투어 난간에 가득 찬다. 기둥을 세운 듯, 칼날을 배치한 듯, 두 봉우리가 서로 기대지 않고 우뚝 솟아 있는 것이 普賢峯이다. 외롭게 구름 밖으로 솟아 있는 것이 地藏峯이다. 우뚝 하늘을 찌르는 것이 觀音峯이다. 봉우리 봉우리, 바위 바위마다 이름과 형상을 다 말할 수 없다. 이 날 저녁 천둥이 은은하고 수많은 봉우리가 구름 속에 있어 푸른 산이 높게 떠 있어서 보는 것마다 상쾌하여 즐거운 것이 비할 바 없다.


미타암, 안양암, 울연


  5월 11일.

  해뜨기 전에 중 智卞을 데리고 내를 따라 동쪽으로 가다 큰 내를 건너 숲을 가로질러서 彌陀菴에 들어갔다. 安養菴을 거쳐서 다시 서쪽으로 나와 내를 건너 북쪽으로 가서 鬱淵에 도착하였다. 울연 밑에는 못이 있었는데, 넓고 깊었다. 깊은 못 위에 암석이 자리잡고 있고 가운데에 구덩이가 패어 있었다. 맑은 시내가 가로질러서 흐르고 그 위에 조그만 다리가 있다. [하략]

출처 : 금강산문학
글쓴이 : 금강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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