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자료

[스크랩] 20. 풍악행(이이)

회기로 2010. 1. 24. 19:56
 

20. 楓岳行(李栗谷)


混沌未判時  아득한 옛날 천지가 개벽하기 전

不得分兩儀  하늘과 땅의 두 본을 나눌 수 없었네

陰陽互動靜  음과 양이 서로 동하고 고요함이여

孰能執其機  그 누가 기틀을 잡았단 말인가

化物不見迹  만물의 변화는 자국이 안 뵈는데

妙理奇乎奇  미묘한 이치는 기이하고 기이해

乾坤旣開闢  하늘과 땅이 열리고 나서야

上下分於斯  이에 위와 아래가 나누어졌네

中間萬物形  그 중간 만물의 형태 있지만

一切難可名  일체의 이름을 붙이질 못해

水爲天地血  물이란 천지의 피가 되었고

土成天地肉  흙이란 천지의 살이 되었네

白骨所積處  흰 뼈가 쌓이고 쌓인 곳에는

自成山崒嵂  저절로 높은 산이 이루어졌으니

特鍾淸淑氣  맑고 고운 기운이 모인 이 산을

名之以皆骨  이름하여 개골이라 붙여 놓았네

佳名播四海  아름답단 이름이 사해에 퍼져

咸願生吾國  모두가 이 나라에 나길 원했네

(諺傳 中華人 願生高麗國 親見金剛山 云)  세속 말에 의하면 중국 사람들이 이르기를 ‘원컨대 고려국에 태어나서 몸소 금강산을 보았으면’하였다 함.

崆峒與不周  공동산 부주산 이런 산들은

比此皆奴僕  여기에 비기면 보잘 것 없지

吾聞於志怪  일찍이 지괴에서 들은 얘기론

天形皆是石  하늘의 형상도 돌이었다네

所以女媧氏  그래서 그 옛날 여와씨께서

鍊石補其缺  돌을 달궈 그 홈을 때웠다 하네

玆山墜於天  이 산은 하늘에서 떨어져 왔지

不是下界物  속세에서 생겨난 산이 아니리

就之如踏雪  나아가면 하얀 눈을 밟는 듯하고

望之如森玉  바라보면 늘어선 구슬과 같아

方知造物手  이제야 알겠구나 조물주 솜씨

向此盡其力  여기서 있는 힘 다 쏟은 줄을

聞名尙有慕  이름만 들어도 사모하는데

況在不遠域  하물며 멀지 않은 고장에 있어서랴

余生愛山水  내 평생 산수를 좋아하다 보니

不曾閒我足  일찍부터 발걸음 한가치 않아

夙昔夢見之  지난번 꿈에서 금강산을 봤는데

天涯移枕席  멀리 있는 금강산이 베개맡에 왔었댔지

今朝浩然來  오늘에 호연히 당도를 하니

千里同咫尺  천리가 지척과 한가지구나

初從行脚僧  처음에는 떠돌이 스님을 따라

過盡千山禿  우뚝한 뭇산을 모두 지나서

漸漸入佳境  점점 더 좋은 경계 들어가자니

渾忘行逕永  오솔길의 지루함 모두 잊었네

欲見眞面目  정말로 참모습을 보기 위해서

須登斷髮嶺  곧바로 단발령에 오르고 보니

(未至山三十里有嶺 名曰 斷髮嶺 登眺則 望見山之 全體突兀撐天 森然可敬也)  산에까지 30리를 채 못 가서 재가 있으니 그 이름이 바로 단발령이다. 올라가 바라보니 산의 전체가 우뚝 솟아 있어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 삼연히 공경할 만하였다.

一萬二千峰  금강산 봉우리 만 이천 봉이

極目皆淸淨  눈길이 닿은 곳 모두 맑구나

浮崗散長風  안개는 바람에 산산 흩지고

突兀撑靑空  우뚝한 그 형세 허공에 섰네

遠望已可喜  바라만 보아도 이미 기쁜데

何況遊山中  하물며 산 속을 유람함이랴

欣然曳靑藜  기쁜 맘에 지팡일 잡긴 했으나

山路更無窮  산길은 오히려 끝이 없구나

溪分兩派流  시냇물 둘로 갈려 흘러오는데

出谷何悠悠  골짜긴 어이해 끝도 없는지

(洞口二溪分流 一則 毘盧峯水爲別派 一則 一萬二千峯 水合流而去也)  동구에 두 시냇물이 흘러 하나는 비로봉 물의 딴 갈래이고 하나는 일만 이천 봉 물인데 두 갈래 물이 합류해서 흘러간다.

危橋幾酸股  위태로운 다리라서 오금이 떨려

苔石頻就休  이끼 낀 바위에서 자주 쉬었네

最初入長安  맨 처음 장안사에 들어가니까

洞口雲乍收  동구에 구름이 잠시 걷혔다

琳宮値火後  절간은 화재를 만난 뒤라서

新起梵鐘樓  새로이 범종루를 세우고 있네

(山之洞門寺曰 長安 數年前失火 有僧重創 起鐘樓)  산 동구에 있는 장안사가 몇 해 전에 화재를 당한 뒤라서 그 절 스님들이 범종루를 중창하는 중이었다.

居僧散樵徑  스님들은 산길에 흩어져 있고

伐木山更幽  나무 베는 소리에 산은 그윽해

天王立門側  문 곁에 서 있는 사천왕상은

怒眼令人愕  성난 눈이 사람을 놀라게 하네 [하략]

출처 : 금강산문학
글쓴이 : 금강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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